[김의철의 海썰]뜬금없는 HMM 국유화가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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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의 海썰]뜬금없는 HMM 국유화가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까?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11.04 14:58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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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국적원양해운사 HMM(대표이사 배재훈)이 깜짝 실적을 이어가면서, 당초 해운재건 계획을 근거로 지원에 나섰던 공공기관이 뜬금없이 자기 이익 챙기기에 나서면서 HMM이 국유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HMM은 국제 해운사 중 8위 규모로, 올해 6조5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이는 국내 상장기업 중 5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부지분이 늘어 국유화되면 국제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해진공의 제191회차 영구채 주식전환으로 정부지분 절반 넘게 돼

지난 6월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과 오는 16일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이 보유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공공기관의 지분이 급격히 늘어나 과반을 넘기게 됐다. 

191회차 영구채 주식전환 시 지분 변동 현황. 신보와 국민연금은 2분기말 기준  [자료=녹색경제/전자공시]

만약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중인 나머지 영구채까지 주식으로 바꾸면 지분율은 총 71.68%가 된다. 산은 36.02%, 해진공 35.67%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의 지분을 합치면 공공지분은 더 많아진다. 이들 기관은 모두 정부 지분이 100%인 기관들이어서 HMM은 국유화되는 셈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같은 지분변동이 1, 2차 해운재건 계획에는 전혀 없는 우발적인 결정때문이라는 점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에 이미 7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면서도, 공적자금 회수에는 관심이 없고 국민의 세금으로 자기 몸집을 불리고 성과급을 받는데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문성혁 장관 "해진공, HMM 자금지원 올해 1%도 되지 않을 것"...영구채 6000억원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3일 국회에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과정에서 “최근 HMM의 경영 실적이 크게 나아졌다"며 "(해진공의 자금)지원 비중은 2018년, 2019년, 2020년 매년 줄었고 올해도 1%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이다. 6000억원 규모의 제191회차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HMM에 대한 지원금액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HMM의 올해 1인당 영업이익은 40억원 규모로 국내 상장기업 중에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영업이익률은 50%를 상회한다. 그런데도 경영정상화를 명분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오히려 더 투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전과 포스코의 엇갈린 명운...공기업이 국제경쟁력 유지할 수 있을까?

HMM은 국제 해운사 중에서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8일 김경섭 HMM 구주본부장은 “HMM의 선대 구조가 경쟁우위에 올랐다. 누구랑 그 어떤 상태에 놓이더라도 전처럼 밀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 초대형선 20척이 인도되면서 초대형선 비율이 절반에 이르게 됐고, 이 기간 중에 다른 경쟁 해운사들은 상대적으로 선복량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랴부랴 선박 발주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2024년 이후라야 폐선되는 선복량을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내년부터 HMM의 주인노릇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해진공이 해수부의 퇴임 관료들의 낙하산 착지지점이 될 수도 있다. HMM의 경쟁력이 지속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5년간 한전과 포스코의 주가변동추이 [자료=구글 금융]
지난 5년간 한전과 포스코의 주가변동추이 [자료=구글 금융]

산은(32.9%)을 포함해 정부지분(51.1%)이 과반을 넘는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는 지난 2분기 기준 누적적자가 137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말에는 140조원을 돌파하고, 오는 2025년에는 16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전 사장은 정승일 산업부 차관 출신이다. 

반면, 포스코(회장 최정우)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9조원을 훌쩍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컨센서스다. 지난 2분기 말 누적 (연결 기준)이익잉여금은 약 48조2000억원으로 총부채 32조6000여억원보다 훨씬 많다. 

포스코그룹은 평생을 포스코에 몸 담았던 최정우 회장이 이끌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난 2분기말 10.16%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이다. 그 밖에 자사주가 13.26%, 포항공과대학이 2.27%, 우리사주가 1.4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둘 다 국영기업이었다가 외환위기 이후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됐고, 포스코는 국민주공모를 통해 민영화의 길을 걸었고, 한전은 정부지분이 늘면서 도로 국유화됐다.

3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은 한전이 14조5084억원, 포스코는 26조1996억원이다. 

HMM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제 코스코(중국 국영해운사)가 되는 셈"이라며 "코스코 직원들은 '우리들은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 (코스코는)수출기업들을 위한 서비스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며 장기적으로 HMM의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HMM 소액주주연대 회원들이 3일 해진공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 [사진=HMM소액주주연대]

HMM 소액주주연대, 해진공 앞에서 시위 이어가

HMM의 소액주주연대는 3일째 부산에 소재한 해진공 본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해진공이 기존 공시를 철회하고 나머지 영구채 조기상환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홍이표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해진공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시를 철회하고, 남은 영구채에 대해 조기 상환을 받겠다고 조속히 밝혀야 한다"면서 "HMM의 여유자금으로 산은이 보유한 주식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대표는 이어 "금융위가 영구채 전환에 대한 개정령을 내놓은 만큼 정부 기관인 산은과 해진공이 이에 반하는 영구채 전환을 통한 부당이익을 되돌리는 것이 해운재건 목적에 부합하고 HMM의 경영정상화를 돕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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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렬 2021-11-04 20:46:37
정부기관이 살아난 기업에 빨대짓 하면서 성과급 잔치 나 하는 꼴 보자니 화딱지가 납니다. 설립 목적에 맞게 기업에 지원했으면 이제 그만 손 떼고 전 세계를 나아가늕흠이의 앞길을 막지 마라. 김의철기자님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이현중 2021-11-04 17:14:32
진짜 한국은언제까지 국민들 우롱할꺼냐
기관이냐 개관이냐 참나 공사도 저러는대

홍이표 2021-11-04 17:07:52
HMM 소액주주연대 대표 홍이표 입니다
감사드립니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것입니다
저놈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부당한 갑질과 횡포 그리고 전횡을 반드시 수정시키고 우리 HMM이 제대로 성장 운영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김의철기자님 덕분에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김남식 2021-11-04 15:57:55
기자님 기사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 중에 [해진공의 1191회차 영구채] 이부분 191회차로 수정해야 할 듯 합니다.

이재웅 2021-11-04 15:49:34
정말 감사합니다 힘이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