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 자사주 매입은 ‘궁여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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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CEO 자사주 매입은 ‘궁여지책’?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6.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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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5만2600주 보유...지주사 회장 중 '톱'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녹색경제신문 DB>

최근 은행주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책임경영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금융사 CEO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리는 오르고 실적도 좋은데 주가는 떨어지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며 지적에 나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 CEO들이 올해 1분기 들어 자사주 매입 행렬에 나서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월 13일 KB금융 주식 1000주를 사들인 데 이어 3월 30일과 4월11일에도 각각 1000주씩 매수했다. 현재 총보유 주식은 1만7000주다. 

지주사 전환을 앞둔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3월과 4월 사이 한 번에 5000주씩 총 1만5000주의 자사주를 사모았다. 손 행장은 우리사주를 포함하면 총 3만8127주를 보유한 상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3월 28일 2171주를 매수해 총 1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고, 지주 회장 중 가장 많은 자사주를 가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6일 1500주를 더 보태 하나금융지주 주식 5만2600주를 갖고 있다.

경영진도 힘을 보태고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840주)과 허인 국민은행장(1000주)을 비롯해 각 금융사의 부사장과 사외이사들이 3월과 4월 사이 적게는 500주에서 많게는 5000주까지 자사주를 사들였다. 우리은행은 임원 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도록 연봉의 2배까지 '우리사주 대출'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최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도 자사주 매입 움직임에 동참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8일 자사주 2500주를 1만100원에, 500주를 9870원에 각각 장내 매수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세 차례 자사주를 매입, 9000주를 보유하게 됐다. 김 회장은 5월 3일 자사주 3000주를 1만500원에 처음 매입했고, 5월 11일에도 3000주를 사들였다. 매입가로는 9180만원 가량이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지지부진한 주가를 부양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BNK금융 주가는 김 회장이 처음 자사주 매입에 나선 지난달 초 1만원 초반대였지만 최근 1만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BNK금융은 1분기 실적도 좋았지만 최근 채용 비리 문제, 엘시티 특혜 대출에 따른 제재로 3개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영업 정지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BNK금융 관계자는 "최근 주가 하락은 악재로 인한 조정으로 보인다"며 "이번 그룹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경영 개선,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봐 달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CEO들의 자사주 매입을 두고 ‘금리는 오르고 실적도 좋은데 주가는 떨어지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점쳐지며 은행주는 순이자마진(NIM) 상승 효과로 거의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그러나 주가는 외려 떨어지거나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주의 약세가 근본적으로 채용비리 등을 둘러싼 금융당국과 금융권 간 ‘관치’ 갈등에서 비롯됐다"라며 "이는 금융사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등 떠민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 등을 비롯한 각종 금융권 규제안 발표도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이재경 기자  munzhy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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