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이자장사 잘했는데 순익 꼴지에 머문 농협금융...농협중앙회에 보내는 농업지원사업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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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이자장사 잘했는데 순익 꼴지에 머문 농협금융...농협중앙회에 보내는 농업지원사업비 때문?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5.02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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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1분기 순이익 6512억원
전년 동기 대비 31.2% 감소
홍콩 ELS 충당부채 1분기에만 3416억원 반영
올해 농업지원사업비 1528억원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늘어나
NH 농협금융지주
NH 농협금융지주

 

올해 1분기 NH농협금융지주가 작년과 비교해 이자이익이 늘었음에도 순이익 면에서는 여전히 꼴지에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배상금 마련을 위해 1분기에 대거 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농협중앙회로 보내는 농업지원사업비는 작년 대비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실적 성장을 위해선 농협금융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대다수 금융지주들이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를 1분기에 전부 반영하고 있다"며 "농협금융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2분기에는 실적이 향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이 6512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9471억원 대비 31.2%(2959억원) 감소했다. 이는 실적 면에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중 최하위인 수준이다. 

순익 감소율 역시 가장 컸다. 농협금융이 31.2% 순익이 줄어 하락폭이 가장 컸으며 KB금융(30.5%)이 뒤를 이었다. 3위는 9.8% 하락한 우리금융이었으며, 하나금융(6.2%), 신한금융(4.8%) 순이다. 

그룹사 차원에서 1분기에 이자장사를 잘한 것을 생각하면 이같은 실적 후퇴는 이례적이다. 올해 1분기 농협금융의 이자이익은 2조2049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298억원과 견줘 8.6%(1751억원) 증가했다. 주요 계열사인 NH농협은행 또한 같은 기간 1조9829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둬 1년 전 1조8540억원보다 7%(1289억원) 늘었다. 

순익이 크게 줄은 이유는 최근 금융권을 엄습한 홍콩 ELS 손실과 관련해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하기 위한 충당부채를 1분기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3416억원 규모의 충당부채를 쌓아 KB금융(8620억원) 다음으로 많았다. 

한편 실적 부진을 겪었음에도 농협금융은 농업지원사업비를 오히려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1분기 농협금융이 책정한 농업지원사업비는 1528억원으로 작년 동기 1232억원과 비교해 296억원 늘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업과 농촌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의 계열사가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돈이다. 2016년 농협법에 따라 명칭사용료가 농업지원사업비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것이다.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문제는 순익과 관계 없이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 보내는 돈이 일률적으로 정해져있다는 점이다.

현행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매출액 혹은 영업수익의 2.5%를 명칭 사용료 명목으로 부과할 수 있다. 즉, 매출액만 늘었다면 아무리 홍콩 ELS 배상금으로 인해 그룹사 실적이 주저 앉았더라도 농업지원사업비는 더 내야 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농협금융이 실적 면에서 정체를 보일 수밖에 없는 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농협금융은 2012년 신용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이른바 '신경분리' 조치를 통해 농협중앙회로부터 독립해 출범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지분을 모두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모기업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농협금융에 드리운 농협중앙회의 그림자를 걷어내려면 결국 농협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농업지원사업비 증액을 위해 명칭 사용료 부과 상한선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현 21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만약에 농업지원사업비 부과 기준을 현행보다 늘리게 되면 실적은 더 쪼그라들 것"이라며 "농협금융이 괜찮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실적이 정체된 건 근본적으로 농업지원사업비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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