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못 올리니 양을 줄인다?”...하리보·해태 등 식품기업 ‘슈링크플레이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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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못 올리니 양을 줄인다?”...하리보·해태 등 식품기업 ‘슈링크플레이션’ 의혹
  • 서영광 기자
  • 승인 2023.08.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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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생산비 늘어나는데 가격 인상은 어려워"..."제품 용량이라도 줄여야"
소비자단체, "사실상 가격 상승과 다를 바 없다"
소비자 심리 전문가, "소비자 용량 축소보다 가격 상승에 더 예민하게 반응"
일각, "제품 용량 축소 정부 개입 필요할 것"

올 하반기 식품업체들 사이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번지고 있다는 의혹이 돌고 있다. 정부의 가격 안정 정책 탓에, 제품값을 올리지 못한 기업들이 제품 중량을 줄이고 있다는 것.

소비자단체는 사실상 제품 가격 인상과 같다며 식품업계에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으나, 업계는 원가 및 물류비 등 생산비가 상승해 생존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에서 가격은 유지하면서도 용량을 축소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유행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식품업계에서 가격은 유지하면서도 용량을 축소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유행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식품업계에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 합쳐진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식품업체들 사이에서 ‘슈링크플레이션’ 움직임은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됐다. 먼저 구미 젤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하리보는 지난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 일부 중량을 20% 가량 축소했다.

해태제과도 편의점에 입고된 ‘고향만두’ 2종 중량을 최대 16% 내렸다. 이어 동원F&B는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제품을 기존 100g에서 90g으로 변경했다. 이뿐만 아니라 주스 브랜드 델몬트도 과즙 100%의 오렌지 주스를 과즙 함량 80%로 낮췄으며, 일부 제품의 과즙 함량을 최대 35%까지 줄이기도 했다.

정부의 별다른 제지가 없던 터라 식품업계에선 최근까지도 중량을 줄이는 흐름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엔 원유가가 최대 폭으로 인상될 전망에 일부 우유업체들은 제품의 용량을 1000mL에서 930mL와 900mL로 줄이기도 했다.

한편, 여러 기업들이 이와 같은 전략을 펼치는 데에는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부는 물가 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식품 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일부 제품군을 위주로 가격 인하를 하도록 권고했다.

소비자들은 제품 용량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가격 인상과 다를 바가 없다며, 식품업계에 거센 비난이 일기도 했으나 식품업계는 생존을 위해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원가라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8일 <녹색경제신문>에 “최근 외부 환경으로 인해 생산비는 계속 오르는데 반해 정부가 가격 통제에 나서면서 기업들은 압박에 놓인 상황”이라며 “생존을 위해서는 용량 축소나 재료를 교체하는 등의 고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소비자 심리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제품 용량을 축소할 경우엔 쉽게 인지하기가 어려워 해당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영국의 저널 <The Conversation>이 지난해 발간한 ‘All new smaller size! Why getting less with shrinkflation is preferable to paying more’에서도 소비자들은 제품 용량을 줄이는 것보다도 가격 인상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소비자 권익 단체는 기업들이 용량 축소를 소비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공해야 하며, 정부는 심사나 규제 등을 통해 이와 관련된 규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8일 <녹색경제신문>에 “소비자들은 제품의 중량에 변화가 있을 때 유심히 보지 않으면 인지하기가 어렵다”며 “정부는 용량 축소에 있어서도 심사 과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용량 축소와 관련해 사전 공지문 등을 붙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반기까지는 가격 인상을 두고 정부의 자제 및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격 인상외에 중량을 줄이는 것을 선택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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