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모범생, 어쩌다 미운털 박혔나…블랙록 잇단 투자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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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모범생, 어쩌다 미운털 박혔나…블랙록 잇단 투자중단 위기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8.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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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텍사스주, 블랙록 자산매각 결정
ESG 금융 주도하며 눈 밖으로…먹잇감 전락
다만 '블랙록 보이콧' 따른 우려도 나와
“어떤 기업이 제멋대로인 지역에 투자하나”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 [출처=블랙록, Unsplash]

ESG 투자시대를 연 블랙록이 미전역에서 반(反) ESG 세력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블랙록은 지난달 웨스트버지니아주 거래제한 목록에 오른 지 한 달여 만에 텍사스주 블랙리스트에 미국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화석연료 에너지 투자에 반대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공격적인 탈석탄 정책으로 텍사스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주정부들의 눈 밖에 났다. 블랙록은 작년 텍사스주 소재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의 이사진 3명을 갈아치운 전력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번 결정을 두고 텍사스주가 투자처로서 신뢰를 잃게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텍사스주, 블랙록 자산 투자중단 결정…미국 금융기관 중 유일


[출처=글렌 헤가 SNS]

블랙록이 미 텍사스주가 보이콧(불매선언)한 유일한 미국금융기관으로 꼽혔다. 텍사스주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주정부 산하 연금기관에서 투자를 중단할 보이콧 금융기관 10곳을 발표했다. 이중 9곳은 BNP파리바, 크레디트스위스 등 유럽금융기관이며 미국 기관 중에선 블랙록이 유일했다.

텍사스주는 지난해 화석 에너지 사업에 적대적인 금융기관을 보이콧하는 법안을 통과했다. 최근 ESG 경영과 함께 떠오른 금융기관의 탈석탄 정책이 주 경제활동에 큰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텍사스주는 미국 최대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지다.

법안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주 산하 연금기관이 보유한 대상 금융기관의 자산을 모두 매각할 수 있다. 텍사스 주는 총 6개 주 퇴직연금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곳은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TRS)'으로 관리 자산이 2000억 달러에 이른다. 7월 말 기준 TRS가 보유한 블랙록 주식은 약 4500만 달러다.

텍사스주 글렌 헤가 감사관은 “나의 가장 큰 걱정은 우리 경제가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워싱턴DC와 월스트리트에 있는 환경 운동가들이 만든 거짓된 정보”라며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막 시작했다. 텍사스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앞으로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결정에 블랙록은 즉각 반발했다. 블랙록 마크 맥컴 미국사업 부문장은 “사실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다. 우리는 화석연료를 보이콧하지 않는다”라며 “고객을 대신해서 텍사스 에너지 회사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답변했다.


블랙록, 반 ESG 세력 먹잇감 되나…'블랙록 보이콧' 역풍 우려도


작년 엑손모빌의 이사진 교체 운동을 편 엔진넘버원. 2대 주주 블랙록의 지지로 이사 3명을 교체했다. [출처=엔진넘버원]

블랙록은 지난 달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금융거래 제한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며 다른 기관과 대조적으로 반ESG 세력(주로 공화당 주정부)의 주요 타깃이 된 모습이다. 블랙록이 ESG 금융을 사실상 주도하며 이들 눈 밖에 난 영향이 크다.

블랙록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로 2분기 기준 운용자산이 8.5조 달러에 이른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블랙록은 2018년부터 투자기업들에게 ESG 경영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후 미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 라운드가 응답하며 ESG 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랙록은 이 과정에서 텍사스주 소재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의 이사진을 갈아치우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블랙록은 작년 2대 주주로 자리한 엑손모빌 이사회 멤버 3명을 교체했다. 친환경 에너지 투자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러한 정책에 대한 반발 조짐이 보이자 블랙록은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래리 핑크 회장은 올해 기업 CEO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우리는 환경주의자가 아니다”, “블랙록은 석유 및 가스회사의 매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차기 대권 잠룡으로 손꼽히는 플로리다 주지사가 텍사스주와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는 등 블랙록을 대상으로 한 보이콧이 미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텍사스주의 블랙록 보이콧과 같은) 반 ESG 움직임은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ESG 금융시장은 규제 제도화 및 공식화 이전까지 진퇴양난의 모습을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블랙록 보이콧'에 대한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장기적으로 주 산하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우려다. 맥 콤비 블랙록 미국사업 부문장은 “다른 기업들이 자기 멋대로 규칙을 바꾸는 주 사업에 투자하고 싶을까”라고 물으며 “이는 텍사스 주 퇴직자들뿐만 아니라 주 사업 신뢰에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국자산운용협회(ICI)도 성명을 내고 “오늘 텍사스 감사관의 발표는 안전한 재정적 미래를 위해 저축할 수 있는 텍사스 경찰, 소방관, 교사 및 기타 주 공무원의 능력을 손상시킬 뿐”이라며 “ 주 연금 기금 관리자는 정치에서 자유로이 텍사스 저축자들의 필요를 가장 적절하게 지원하는 광범위한 투자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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