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공시, 양보다 ‘질’이 더 중요…“국내기업 공개 정보수준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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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공시, 양보다 ‘질’이 더 중요…“국내기업 공개 정보수준 낮아”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5.18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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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B, 통합 ESG 공시표준 초안 발표
투자자 정보제공 목적…SASB 접근법 적용
국내기업 SASB 지표 중 25%만 공개
"정보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
[출처=Unsplash]

국내기업들이 다가올 글로벌 ESG 공시표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모습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16일 ‘중요성 기준에 입각한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국내기업이 공개하는 ESG 정보수준은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이 추진하는 공시기준에 큰 폭으로 모자란 모습을 보였다. 국제적 기준이 추구하는 정보성격과 국내기업이 공개하는 정보가 불일치한 영향이 컸다.

자본연 이인형 선임연구위원은 "(ESG 공시표준에서) 중요성 정보의 선별은 IFRS의 기준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는 한 SASB(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의 기준을 원용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며 "(다만) 최근 국내에서 발간되는 몇몇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는 SASB 기준에 의한 중요성 지표를 채택하여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나 아직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ESG 공시표준, 투자정보 제공에 초점…“SASB 접근법 따를 것”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2021년’ 중 SASB 공시 항목. [출처=삼성전자]

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 3월 말 글로벌 ESG 공시표준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은 지속가능성, 기후변화 두 내용에 따라 일반 공시원칙 S1과 기후 공시원칙 S2으로 구성됐다.

그간 ESG 공시표준이 통일되지 않은 배경에 공시자료 비교와 활용 가능성이 제한된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작년 11월  ISSB가 첫 출범했다.

ISSB는 초안을 발표하며 “기업이 투자자에게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요소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공시표준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ISSB가 주목한 접근법은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이다.

SASB는 산업별로 세분화된 공시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기준들과 차별점을 갖는다. SASB는 고유 산업분류 체계에 따라 11개 섹터, 77개 산업을 구분하고 개별 산업별 중요성(materiality) 공시지표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동일산업군 간 정보비교가 유용하다는 강점이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인형 선임연구위원은 “개별 기업에 중요한 환경과 사회 이슈 관련 주제(topic)는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SASB는 산업 고유의 지속가능성 주제를 식별하여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엠마누엘 파버 ISSB 의장은 “SASB 표준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 산업 기반 접근법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고 비용 효율적인 지속가능 공시표준을 만드는 데 있어 시장에서 검증된 모델”이라며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의 판단을 돕는 표준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ISSB가 산업 기반 접근방식을 포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SG 공시정보,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국내기업 중요 정보공개량 24%


전체 ESG 정보량과 중요성 정보량 분포. 정보량이 높아도 중요성 정보량이 정비례하지 않는 모습이다.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이 가운데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SASB 표준에 익숙한가 여부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6일 블룸버그 ESG 데이터를 활용해 SASB 지표와 일치하는 국내 기업(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정보공개량을 산출했다. 그 결과는 평균 24%. ISSB가 요구하는 정보량의 1/4만 현재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동일규모기업 전체 평균인 46%의 절반 수준이다.

자본연은 이를 두고 국내기업이 SASB가 초점을 둔 투자자가 아닌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속가능성 정보의 투자 유용성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기업의 영향을 서술하는 현재의 지속가능성보고서 관점을 고려하면 낮은 중요성 정보량은 어느 정도 예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연구원은 ISSB 공시 최종안이 발효될 경우 국내 기업들이 투자정보를 목적으로 한 지속가능공시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제는 SASB가 미국의 산업환경, 규제에 기초한 지표로 국내와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부분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IFRS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고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국제적 정합성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으므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검토가 관련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은 ISSB 공개초안 번역본을 배포하고 국내기업의 검토의견을 모집하고 있다. 두 기관은 향후 전문가 의견수렴과 정부부처 회의 등의 과정을 거쳐 한국 측의 의견을 ISSB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국제적으로 단일한 기준이 될 ISSB의 ESG 공시표준 발표에) 국내 산업 및 자본시장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준 제정 단계부터 우리측 의견을 개진할 필요성이 있다"며 "한국회계기준원과 함께 의견수렴 결과 등을 토대로 ISSB에 우리 측 의견을 개진하는 등 지속가능성 공시 국제표준 제정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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