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열풍, ‘한정판’과 ‘리셀’로 활기 … ‘벌거벗은 임금님’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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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열풍, ‘한정판’과 ‘리셀’로 활기 … ‘벌거벗은 임금님’ 비판도
  • 이준용 기자
  • 승인 2022.05.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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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유행, 리셀 시장 활성화로 국내 NFT 시장도 활기
주식 시장 침체·부동산 가격 폭등과 연관 있다는 분석도 나와
블록체인·메타버스·가상화폐 등 기술 혁신과 연동 … KT, 카카오, 현대차 등 대기업도 ‘눈독’
실용적 가치 없고 투기 심리 자극한다는 비판 제기 … “현대판 벌거벗은 임금님” 지적
현대자동차의 메타모빌리티 비전을 담은 별똥별 NFT [사진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메타모빌리티 비전을 담은 별똥별 NFT [사진 제공=현대자동차]

대체불가능한 토큰(NFT)의 인기가 뜨겁다. 한정판을 선호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된 데다 주식 시장이 내림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젊은 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기업들도 다양한 NFT를 내놓으면서 ‘대세’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NFT의 개념이나 가치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더군다나 몇몇 사례만으로 ‘무조건 오른다’는 식의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FT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투자하는 것은 도박이나 투기에 가깝다는 비판이다.

MZ세대 NFT 투자 열풍 … “한정판·리셀 등 젊은 층 문화와 잘 맞아”
가격 변동성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점은 변수

최근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NFT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디지털에 익숙한 이들 세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미 한정판 상품이나 중고거래 등 리셀 시장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문화가 있어 적응이 빨랐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NFT 이전부터 한정판 운동화나 명품 가방 등이 출시 직후 ‘완판(매진)’되며 중고 시장에서 곧바로 가격이 치솟는 현상이 종종 목격됐다. 한정판 상품 출시 당일 새벽이나 심한 경우 전날 밤부터 해당 브랜드 매장 앞에 줄을 서 노숙하다시피 대기하는 진풍경도 함께였다. 매장 오픈과 함께 뛰어가 상품을 사는 ‘오픈런’이 유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개성있는 상품’에 대한 열망이 이러한 유행을 이끌었다고 본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기성품 시장에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다는 건 신선함을 넘어서 하나의 특권처럼 느껴졌을 것”이라며 “젊은 세대일수록 개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러한 인기는 곧바로 또 다른 시장을 만들어냈다. 한정판 상품을 거래하는 리셀 시장이 나타난 것이다. 원래 가격의 수십 배를 호가하는 높은 가격에 ‘리미티드 에디션’ 거래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레 이를 노리고 직업적으로 오픈런에 나서는 이들도 생겨났다.

다시 NFT 이야기로 돌아와서 보면, 젊은 층 사이에서 이전부터 형성된 이런 문화가 MZ세대로 하여금 NFT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NFT의 가장 큰 특징 역시 ‘세상에 하나뿐인 기념품’이라는 정체성에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NFT는 ‘디지털 한정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NFT가 거래되는 방식 역시 한정판 리셀 시장과 비슷하다. NFT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 이들이 바로 몇 배에 달하는 가격에 판매에 나서고, 향후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을 기대하는 이들이 이를 구매하는 식이다. 

다만 NFT 시장의 특징은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심하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시세를 유지하는 한정판 운동화 등에 비해 가격을 예상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해 초기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NFT 발급 이후 초기에는 시장에서 ‘눈치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주식 시장 내림세·부동산 가격 폭등과 연관 있어” 분석도 나와

젊은 층의 NFT 투자 열풍이 최근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주식 시장이나 지난 몇 년간 폭등한 부동산 시장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서 ‘젊은 자본’이 갈 곳을 잃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주식은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는 중이고, 그렇다고 금리 인상에 맞춰 적금을 들기에는 이미 투자의 맛을 본 것”이라고 분석하며 “예전에는 열심히 일해 저축하면 아파트 분양도 받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그런 꿈을 꾸는 게 불가능하다”고 본질적인 이유를 짚었다.

근로 소득만으로는 큰돈을 벌기 어렵고, 적금이나 청약 같은 장기 목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이니 단기적인 투자처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재테크가 장기적인 의미의 ‘저축’성 투자를 뜻했다면 최근에는 단돈 몇 만원에 그치더라도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단기적인 ‘수입’을 의미하는 것 같다”며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면서 일단 발급만 되면 바로 판매가 가능한 NFT는 투자할 곳을 잃은 젊은 층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처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메타버스·가상화폐 등 기술 혁신과 연동
KT, 카카오, 현대차 등 대기업도 앞다퉈 NFT 발행

젊은 층에게는 단기적인 투자처로 자리 잡았지만 본래 NFT는 블록체인에 기초한 가상화폐와 함께 디지털·온라인 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인터넷이 기본적으로 ‘무료’인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경제적 가치를 갖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데 꼭 필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NFT 자체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한 전문가는 “가상화폐가 블록체인 기술로 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했다면 NFT는 디지털에서도 ‘유일무이한 무언가’가 성립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안정성과 희소성은 온라인 경제의 성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면서 기업들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KT는 지난 4월 자체 개발한 NFT 커뮤니티인 '민클(MINCL)'에서 NFT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상반기 베타 서비스를 거쳐 하반기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도 ‘카카오 프렌즈’를 비롯한 자사 IP를 활용해 NFT 사업에 발을 들였다. 지난달 25일 보라네트워크와 함께 '버디샷'에서 ‘골프 치는 카카오 프렌즈’ 컨셉의 대체 불가능 토큰(NFT) 200개를 발행했는데, 시작 1분 만에 구매 선점이 완료됐고 최종 10분 만에 모두 완판됐다.

현대차 역시 지난 5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더리움 기반 공식 NFT 1만개를 판매했다. 이번 별똥별 형태의 NFT 판매는 지난달 18일 공개된 ‘현대X메타콩즈’ 영상 스토리와 이어지는 것으로, 별똥별 NFT는 추후 메타모빌리티 NFT로 변환돼 ‘메타모빌리티 유니버스’를 누비게 된다는 것이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NFT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NFT가 본격적인 주류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어떤 가치 있는지 아직 몰라” … ‘벌거벗은 임금님’ 연상시킨단 비판도

하지만 NFT가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를 갖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만이 볼 수 있는 디지털 토큰이 과연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느냐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어떤 이미지나 동영상 같은 개념인데, ‘그래서 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NFT가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삼성전자의 갤럭시 S22 출시 당시 예약구매자 대상 이벤트로 발급됐던 NFT의 경우 빈약한 구성으로 공개 이후 논란이 됐다. 기대와 달리 가격이 급락하며 구매자들의 실망스러운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NFT 거래 경험이 있는 한 MZ세대 이용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사실 NFT라는 게 엄청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종의 디지털 이미지에 가깝다”며 “사기도 했고 팔기도 했지만, 마지막으로 팔았을 때까지도 ‘이게 왜 비싸게 팔릴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봉이 김선달’이나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는 언급도 나왔다.

NFT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NFT가 ‘새로운 혁신’, ‘최신 투자 트렌드’ 등으로 불리면서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거래하는 물건이 뭔지 모르고 하는 투자처럼 위험한 게 없다”고 지적하며 “솔직히 젊은 층이 활발하게 NFT를 거래하는 걸 보면 ‘폭탄 돌리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또한 “소액으로 취미처럼 즐기는 거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무슨 유명 화가의 작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가에 거래되는 걸 보면 솔직히 걱정스럽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보였다.

이처럼 젊은 층이 NFT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가치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덮어놓고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FT 거래에 대해 관련 업계와 정부가 충분한 논의를 통한 안정성 보장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가운데, 제도적 보장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개개인이 자기 책임 원칙 아래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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