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 '사외아사' 선임, 이사회 통해 '실력' 중심 평가
일각 "오너일가 지분 높아 사실상 독점체제, 개선 필요"
오리온그룹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대표이사를 연구개발(R&D) 전문가로 교체하면서 주목된다. 혈연경영을 통한 내부인사 결속 보다 실력 있는 대표 선임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시장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오리온 그룹이 1일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한국, 중국, 베트남 법인 대표이사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한국법인은 국내 최초 네겹 스낵 ‘꼬북칩’ 개발을 이끈 이승준 사장이 이끌게 된다. 이 대표는 1989년 오리온에 입사해 상품개발팀장, 중국 법인 연구개발(R&D) 부문장을 거쳐 지난해 글로벌연구소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꼬북칩 외에도 ‘닥터유 단백질바’ 등 개발을 총괄한 R&D 전문가로 업계의 이목을 끌어왔다.
중국법인 대표이사는 김재신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된다. 김 대표는 연구소와 청주공장 등 현장을 거친 인물로 업계와 시장 현황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베트남 쌀과자 ‘안(An)’과 양산빵 ‘쎄봉’ 등 연구개발을 주도하며 글로벌 사업 성과를 내기도 했다.
베트남 법인은 박세열 전무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박 대표는 R&D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략기획팀장을 거쳐 한국 경영지원부문장, 중국법인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상품 기획 역량을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중국 현지화 전략 경험을 살려 베트남 사업의 현지화 강화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R&D) 전문가 출신이 대표이사로 선출되면서 향후 연구 역량과 신제품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은 꾸준히 R&D 역량을 강화하고 신제품 출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를 계기로 신제품 개발력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취지로 봐달라”고 1일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이처럼 오리온 그룹이 혈연보다 실력 위주로 대표이사 선출이 가능한 이유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 구조 때문이다.
오리온 그룹은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중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위원장 역시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실제로 2020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사추위 중 사외이사는 각각 총 3명 중 2명에 해당한다. 사추위는 등기임원 이사회가 장악하고 있어 사실상 대표이사를 선임 및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최고 결정자인 등기임원 이사회 역시 과반수 이상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지난 11월 오리온 사업 주체인 오리온홀딩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총 5명(허인철, 박성규, 강찬우, 김종양, 김영기) 중 3명(강찬우, 김종양, 김영기)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다만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선임해도 최종 결정권은 주주들이 갖는다. 문제는 최대주주인 오너일가가 오리온홀딩스의 주식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오너일가 지분만으로 안건 통과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리온홀딩스 9월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발생 주식 총수 60,156,653주(자기주식수 제외) 중 담철곤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소유한 ‘의결권 있는 주식’은 38,439,736주로 전체 63.9%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외이사 선임에도 불구하고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오리온홀딩스-오리온 지배구조가 형성된다. 하지만 사추위를 비롯해 2020년에 도입한 감사위원회 등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강화는 업계의 호평을 받은 만큼 앞으로 오리온의 거번넌스 문화 개선 의지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권한 독립성을 통해 오리온은 혈연경영보다 민주적인 인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듯 오너일가의 권력 독점체계는 ESG경영 중심 거버넌스의 최종 목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1일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