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경영 NO, 실력 우선”... 오리온 한·중·베 대표이사 ‘R&D전문가’로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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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경영 NO, 실력 우선”... 오리온 한·중·베 대표이사 ‘R&D전문가’로 교체
  • 이용준 기자
  • 승인 2021.12.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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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대표 등 'R&D전문가' 중심 대표이사 선임
과반수 '사외아사' 선임, 이사회 통해 '실력' 중심 평가
일각 "오너일가 지분 높아 사실상 독점체제, 개선 필요"

오리온그룹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대표이사를 연구개발(R&D) 전문가로 교체하면서 주목된다. 혈연경영을 통한 내부인사 결속 보다 실력 있는 대표 선임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시장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이승준 오리온그룹 대표이사 겸 글로벌연구소장.
[사진=오리온제공]

오리온 그룹이 1일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한국, 중국, 베트남 법인 대표이사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한국법인은 국내 최초 네겹 스낵 ‘꼬북칩’ 개발을 이끈 이승준 사장이 이끌게 된다. 이 대표는 1989년 오리온에 입사해 상품개발팀장, 중국 법인 연구개발(R&D) 부문장을 거쳐 지난해 글로벌연구소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꼬북칩 외에도 ‘닥터유 단백질바’ 등 개발을 총괄한 R&D 전문가로 업계의 이목을 끌어왔다.

중국법인 대표이사는 김재신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게 된다. 김 대표는 연구소와 청주공장 등 현장을 거친 인물로 업계와 시장 현황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베트남 쌀과자 ‘안(An)’과 양산빵 ‘쎄봉’ 등 연구개발을 주도하며 글로벌 사업 성과를 내기도 했다.

베트남 법인은 박세열 전무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박 대표는 R&D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략기획팀장을 거쳐 한국 경영지원부문장, 중국법인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상품 기획 역량을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중국 현지화 전략 경험을 살려 베트남 사업의 현지화 강화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R&D) 전문가 출신이 대표이사로 선출되면서 향후 연구 역량과 신제품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은 꾸준히 R&D 역량을 강화하고 신제품 출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를 계기로 신제품 개발력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취지로 봐달라”고 1일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이처럼 오리온 그룹이 혈연보다 실력 위주로 대표이사 선출이 가능한 이유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 구조 때문이다.

오리온 그룹은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중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위원장 역시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실제로 2020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사추위 중 사외이사는 각각 총 3명 중 2명에 해당한다. 사추위는 등기임원 이사회가 장악하고 있어 사실상 대표이사를 선임 및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최고 결정자인 등기임원 이사회 역시 과반수 이상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지난 11월 오리온 사업 주체인 오리온홀딩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총 5명(허인철, 박성규, 강찬우, 김종양, 김영기) 중 3명(강찬우, 김종양, 김영기)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다만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선임해도 최종 결정권은 주주들이 갖는다. 문제는 최대주주인 오너일가가 오리온홀딩스의 주식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오너일가 지분만으로 안건 통과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리온홀딩스 9월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발생 주식 총수 60,156,653주(자기주식수 제외) 중 담철곤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소유한 ‘의결권 있는 주식’은 38,439,736주로 전체 63.9%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외이사 선임에도 불구하고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오리온홀딩스-오리온 지배구조가 형성된다. 하지만 사추위를 비롯해 2020년에 도입한 감사위원회 등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강화는 업계의 호평을 받은 만큼 앞으로 오리온의 거번넌스 문화 개선 의지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권한 독립성을 통해 오리온은 혈연경영보다 민주적인 인사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듯 오너일가의 권력 독점체계는 ESG경영 중심 거버넌스의 최종 목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1일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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