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투자 취향…‘소액’으로 온라인 쇼핑하듯 ‘조각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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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투자 취향…‘소액’으로 온라인 쇼핑하듯 ‘조각투자’한다
  • 노설희 기자
  • 승인 2021.10.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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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색 투자 영역 빌딩·미술품·한우 등 각양 각색
- 고가 갖고 싶지만 자금 부족한 MZ세대 니즈 부합
- 법적 보호 조치 받을 수 없는 규제 사각지대 주의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이 완판 됐음을 알리는 문구 [출처=PIECE 홈페이지]
[출처=피스 홈페이지]

MZ세대들의 자산규모는 크지 않지만 소액으로 알뜰하게 투자해 재테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MZ세대는 더 이상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없고,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한 칸 마련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그들은 수익률이 크지 않더라도 여럿이 모여 소액으로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 투자처를 찾느라 분주하다.

투자 금액은 적지만 영역은 한계가 없다. 강남권 빌딩, 명품, 미술작품, 음악, 한우 등 다양하다. MZ세대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조각투자를 한다. 조각투자란 혼자 투자하기 어려운 고가의 상품이나 자산 등에 여러 명이 공동 투자한 후 소유권을 나눠 갖는 이색 투자 방법이다. 핀테크 업체들도 MZ세대를 겨냥해 블록체인 기술 혁신을 접목한 투자 플랫폼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카사의 3호 상장 건물 역삼 한국기술센터 [출처=카사]
카사의 3호 상장 건물 서울 강남 역삼 한국기술센터. [출처=카사]

부동산 플랫폼 ‘카사(Kasa)’는 적은 금액으로도 강남권 건물에 투자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이다. MZ세대가 건물 한 채를 통째로 구매하기란 어렵다. 카사는 이런 일반인을 대상으로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최소 5000원부터 주식처럼 상업용 부동산 지분(디지털수익증권)을 구입해 임대료나 매각 등의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부동산 조각투자다.

현재 역삼 런던빌 서초 지웰타워 역삼 한국기술센터에 투자할 수 있다. 상장 건물 임대 수익의 배당금은 1년에 4번, 분기배당 형태로 지급된다. 역삼 런던빌과 서초 지월타워의 배당 수익은 연간 3% 수준이었다. 상장 건물이 매각될 경우 시세 차익도 볼 수 있다. 역삼 런던빌의 토지 개별공시지가는 1년 새 20.36% 올랐다.

카사 투자자 상당수는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을 하며 서울로 이사 온 한 직장인은 “서울 부동산 값에 너무 놀라 내 집 마련의 꿈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인데, 적은 금액이지만 능력껏 투자해 강남 건물 수익 지분을 얻었다”며 “실제 강남 건물주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인 ‘뮤직카우’는 소액 투자 플랫폼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활발한 거래를 보여주고 있다. 회원은 70만 명으로 70% 이상이 2030세대다. 보유한 음악 저작권(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은 1만 개 이상이다. 9월 음악 저작권 거래액만 708억 3064만 원에 달했다. 주식과 유사한 투자 방식으로 음악저작권을 1주부터 경매를 통해 낙찰 받는다. 이후에는 마켓에서 사고 파는 거래가 가능하다. 역주행의 주역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저작권료는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돼 한 주당 1만 3344원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3원 이었던 것과 비교해 무려 60배나 올랐다.

음악 저작권 투자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월 저작권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주식 배당금이나 적금 이자의 경우 보통 1년이라는 일정기간이 소요되지만 뮤직카우는 일할 계산되어 매월 첫 영업일 오후 3시에 정산된다. 저작권료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수익률은 평균 8.7%에 달했다. 금리인상기에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은행 예·적금 이자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뱅카우의 홍보 화면 [출처=뱅카우]
뱅카우의 홍보 화면 [출처=뱅카우]

투자자와 농가를 연결해주는 ‘뱅카우’도 MZ세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최소 투자금 4만 원으로 6개월령 송아지를 공동 구매하면 농가에서 2년 동안 키운 후 경매로 넘겨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1, 2차 펀딩 당시 2030세대 참여율은 각각 81.6%, 73.6%에 달했다. 금액은 각각 9900만 원과 1억 8900만 원이었다. 3차 펀딩 규모는 1억 5300만 원이었으며, 현재 4차 펀딩이 총 5억 2000만 원 규모로 진행 중이다.

한우에 투자하는 일명 ‘소테크’는 현재까지 한 마리당 평균 수익률이 19.7%에 이른다. 10년 전 대비 한우 경매 상승률은 무려 66.6%이다. 물가 상승과 함께 한우 가격도 올라 일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사진을 통해 투자한 한우의 성장 과정도 직접 지켜볼 수 있다. 성장 과정 중에 폐사해도 문제없다. 뱅카우 협력 농가들 모두 가축재해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농가가 파산하거나 소가 죽어도 구매금 100%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MZ세대를 사로잡는 소액 투자처는 다양하다. 현물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PIECE)’에서는 지난 4월 완판을 기록한 ‘PIECE 롤렉스 집합 1호’를 성공적으로 매각해 평균 수익률 32%를 달성했다.

플랫폼 ‘쏘투(SOTWO)’에서는 미술작품에 조각투자할 수 있다. 국내 최초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 계열사인 서울옥션 블루가 론칭한 플랫폼이다. 오픈 6개월 만에 2만 5000명이 가입했는데, 이 중 95% 이상이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 한 조각당 1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공동 구매한 작품이 팔리면 수수료를 제한 수익금을 나눠 갖는 구조다. 무라카미 다카시와 백남준 등 유명 작품은 공개되자마자 마감 됐다.

고가의 상품이나 자산 등의 일부를 소유한다는 개념은 MZ세대 욕구를 충족시켰다. 부담 없는 금액으로 쇼핑하듯 온라인 플랫폼에서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도 MZ세대 니즈에 적합했다. 다만, 손쉬운 만큼 위험 요인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대부분 투자 핀테크 업체들은 출범한지 얼마 안된 신생 기업이다. 현재까지는 금융당국에 정식으로 신고·등록하는 금융투자업체로 분류되지 않다 보니 피해가 발생했을 때 법적 보호 조치를 받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3월 서울옥션블루와 신한은행은 고가의 실물자산을 디지털 지분으로 판매할 수 있는 협업을 맺고 일부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 플랫폼에서 미술품 투자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신한은행은 당국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 7월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

김현우 행복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은 “소액이니 수익 측면에서 크게 민감하지 않을 수 있지만 손해율은 금액이 크든 작든 같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에서 마이너스 수익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라며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것과 배당소득세나 기타 소득세 비용도 잘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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