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헌동에 낙제점 준 서울시 의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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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헌동에 낙제점 준 서울시 의회, 이유는?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8.30 1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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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진심(盡心)편에서 부끄러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부끄러움이 없으면 안된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하면 부끄러울 일이 없다. 人不可以無恥 (인불가이무치) 無恥之恥, 無恥矣(무치지치, 무치의)'.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 [사진=녹색경제]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 [사진=녹색경제]

김헌동(66)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지난 26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최종 후보에서 탈락했다. 김현아 전 국회의원에 이은 김 전 경실련 본부장의 낙마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은 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녹색경제신문>은 지난 2월15일부터 지난달까지 거의 매주 김 전 본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는 경실련 관계자들과 함께 이번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가장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지속 비판해왔고, 꾸준히 현실성있는 대안을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쌍용건설에서 20여년 기획과 감사업무를 비롯한 핵심업무를 맡았고, 퇴사 이후에는 경실련에서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을 시작으로 20여년간 집값 안정을 위해 시민운동가로 활약해왔다. 

그는 늘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사라진다"면서 집값 안정을 위해서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만나 그의 경험과 정책대안을 아낌없이 제공했다. 진보성향 단체로 분류되는 경실련이지만, 부동산에 관한 한 그는 진영과 이념을 따지지 않는다. 

SH 임원추천위원회는 서울시의회 추천 3명, SH 추천 2명, 서울시 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오 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추천위원은 서울시 추천 2명과 SH 추천 위원 2명 등 4명이다. 시의회 추천 위원은 3명이다.

그런데 김 전 본부장의 탈락에 시의회 추천 위원 3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이 면접에서 그에게 매긴 점수는 40~50점대다. 김 본부장은 서울시·SH 추천위원 4명으로부터는 1·2위 후보자가 받은 B+(85점) 수준의 점수를 받고 4명 중 4등이 됐다. 

집을 4채 가진 김현아 전 의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통과시켰던 서울시의회가 김 전 본부장에게는 40~50점대 낙제점을 줘서 인사청문회까지 갈 수도 없게 만들었다. 전체 110석 중 101석을 여당이 장악한 시의회가 졸렬하게도 진영과 이념을 따지지 않는 그를 용납하지 못한 것이다. 

시의회 추천 면접 위원은 "사장 되면 S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조사 등에 어떻게 대응 할 것인가?" 라고 물었고, 김 전 본부장은 "당연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들에게는 '시의원들 눈치나 보고 기득권층의 심기를 살피는 자리가 공기업인 SH사장'이라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28일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심사"라며 "김 본부장이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비판했다고 이렇게 탈락시키면 오 시장은 현 정부와 다른 정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오 시장이 임추위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추천 후보 2명을 모두 부적격 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SH사장직 재공모를 해야하고 4개월 정도 공백을 이어갈 전망이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김 전 본부장이 시의원들 중 31%가 다주택자라고 폭로한 것이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을 한 것에 앙심을 품고 이같은 짓을 했다면 더욱 부끄러워야 한다. 시민들이 위탁한 공권력을 사리사욕을 위해 썼다면 더욱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몰라야 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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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2021-09-06 23:31:12
김 본부장이 지난 4·7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를 보이지 않게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 지난 10여년간 나는 오세훈을 칭찬해왔다”고 인터뷰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 시장한테서 낙점받은 과정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김 전 본부장이 SH사장 후보로 낙점 받은 후 “시민단체가 정치단체냐”는 식의 비판이 일기도 했다. 게다가 김 전 본부장은 SH가 지난 14년간 공공분양 사업으로 3조1000억원의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하면서 분양원가 공개 등 문제로 공사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SH 내부에서 김 전 본부장 낙점 소식이 전해지자 “만약 김 전 본부장이 사장으로 오게 되면 회사 앞날이 걱정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