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FTA 재협상, 주력 수출산업 영향은 미미...쌀 시장과 무역확장법 232조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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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FTA 재협상, 주력 수출산업 영향은 미미...쌀 시장과 무역확장법 232조는 우려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07.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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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R, 한미FTA 관련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구
문 대통령이 미국에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협상을 개시할 것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FTA 발효 5년만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지 말고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당당한 태도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과 각 업계에서는 한미FTA가 개정된다 해도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해 온다면 난항을 겪을 것이 우려된다. 또 철강업계는 FTA보다 무역확장법 232조의 시행 여부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미국 무역의 장벽을 제거하고 개정 필요성을 고려하기 위해 한미FTA와 관련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를 불공정 계약이라 보고 있다. FTA 발효 후부터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가 기존 132억달러에서 276달러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는 것이 근거다. 

이에 한미FTA 개정 필요성을 후보시절부터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한미FTA 재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도 한미FTA의 재협상 또는 개정을 시사했다. 

아직 협상이 진행될지의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어떤 품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에 대해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와 철강에 대해 언급한 터라 관련 업계가 가장 긴장하고 있다. 

또 최근 '구글세' 등 미국 IT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높아지고 있는만큼, 데이터 이전, 서버 설립 등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크린쿼터나 등 문화예술 분야에 관한 미국측의 요구가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밖에도 민감한 이슈인 '쌀 개방'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있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주력 수출산업계의 영향은 전반적으로 제한적일 것

대미 수출 1위 품목은 자동차다. 한미FTA 발효 직전인 2011년 86억3000만달러였던 수출액은 지난해 154억9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미국은 이런 증가가 FTA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미국 수출용 자동차에 관세가 없어진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지난 4년 동안 2.5%의 관세를 부과받아 왔다. 또 관세가 없어진 지난해부터는 오히려 자동차 수출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 관세는 FTA가 발효되며 기존 8%에서 4%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완전히 없어졌다.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크게 증가해 20%에 달한다. 

문 대통령도 이에 대해 "FTA가 발효된 5년 동안 우리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한 건 오히려 줄었고, 반대로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수입한 건 많이 들었다"며 "이게 FTA 효과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가중된 것이냐"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미국이 "전쟁나면 탱크를 만들 철이 없다"면서 압박하고 있는 철강의 경우, FTA 이전부터 원래 관세가 없었다. 오히려 미국 정부는 지난해 4월 국내 철강기업에 반덤핑 관세 24.9%와 상계 관세 11.7%를 부과해 이미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FTA 개정으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철강 업계는 관측하고 있지만, 최근 언급되는 무역확장법 232조는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추가 관세 부과, 수입 물량 제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까지 허용하고 있다. 국내 철강 업체들의 미국 수출 비중은 연간 12% 규모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 산업에 대한 타격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구체적 방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반도체와 휴대폰은 이미 무관세"라고 전했다. 다만 부품을 공급받는 셋트업체가 받는 영향에 따라 간접적인 효과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FTA 품목에서 빠졌던 '쌀', IT 업종과 문화계도 주목

한미FTA 개정이 논의된다면 '쌀' 시장 개방 문제가 더욱 큰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라이스(Rice) 벨트'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아칸소, 루이지애나 등의 의원들의 쌀 시장 개방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WTO 규정에 따라 매년 40만여톤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이 중 40% 정도가 미국산이며, 식당에서 사용하는 밥쌀 수입량의 80%가 미국산이다. 

만약 미국이 FTA를 통해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나선다면, 농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또 농업 기반이 흔들려 식량 주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T 업계에서는 데이터 해외 이전이 이슈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보상의 이유로 정밀 지도데이터를 구글측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USTR은 이에 대해 "국제 사업자의 길 안내 서비스를 막고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구글은 10년째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군 시설 노출 등의 위험을 들어 불허하고 있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등 공룡 IT기업들의 데이터 센터 설립, 캐시서버를 통한 서비스 제공 등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도 영화계의 스크린 쿼터 제도, 법률 시장 개방, 의약품 시장 개방 등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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