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역대 최대 매출 예상’ 면세점 사업... 속빈 강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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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역대 최대 매출 예상’ 면세점 사업... 속빈 강정인가?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3.3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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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장 이어 신규 시내 면세점 출점되면 ‘과당 경쟁’ 구도 예상... ‘치킨게임’ 우려 경청해야

관심을 모았던 입국장 면세점이 1터미널 에스엠, 2터미널은 엔타스듀티프리로 정해졌다.

관세청은 29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과 2터미널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 특허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인천공항공사가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 최종 심사를 요청한 SM면세점(하나투어 계열사)과 엔타스듀티프리(외식업체 엔타스 자회사)를 구역별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면세점들은 오는 5월 31일부터 정상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로써 귀국하는 소비자들은 면세점 이용 편의성이 높아지고, 해외 면세점 대신 국내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입국장 면세점에서는 과일 등 검역대상 물품과 시중 가격과 차이가 큰 담배는 판매하지 않는다. 또 매장 크기가 100평 정도에 불과해 명품 브랜드들의 입점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는다. 이에 따라 입국장 면세점의 주 경쟁상대는 시내와 출국장 면세점이 아니라 기내 면세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더해 입국장 면세점과 함께 추진됐던 면세 한도 인상도 무산돼 출발도 하지 않은 입국장 면세점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목소리까지 들려온다.

또 4월부터 정부는 서울과 제주의 신규 시내 면세점 출점 허가 절차에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서울은 현대가 제주는 신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강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신규 매장이 필요하고, 신세계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제주에 아직 매장을 갖지 못한 단점을 이번 기회에 해소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전체가 들썩였던 지난번 시내 면세점 출점 논의 때와는 확연히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현재까지 업계에서 현대와 신세계 외 다른 업체들이 시내 면세점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현재 면세점들은 외연상 호황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업계에서는 올해 면세점 총 매출이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사드 여파가 가시며 면세점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다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따이궁(중국 구매 대행업자)의 역할도 크다.

그러나 매출과 별개로 순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그 이유는 따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면세점 측이 지불하는 리베이트 때문이다. 현재 따이궁을 위한 리베이트는 매출의 10~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이궁 매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면세점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다.

또 인기가 높은 출국장 면세점 외에 시내 면세점은 지역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명동 주변 면세점 외에 강남과 동대문 지역의 면세점은 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내 면세점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입국장 면세점에 더해 시내 면세점이 또 생기면 대형 출국장 면세점이 없는 면세점들은 생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과당경쟁을 걱정했다.

결국 면세점 업계의 관심사는 수익이 되는 출국장 면세점으로 좁혀져 있다. 처음부터 중소면세점 만의 경쟁구도였던 입국장 면세점과,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시내 면세점은 내년에 있을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에 비해 업계의 관심이 덜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편, 최근 기존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들의 기한을 5년 더 연장시킬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논의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신라와 신세계 등 기존 사업자의 지위가 공고해지는 반면, 롯데 등 신규 진출을 노리는 사업자들은 기회가 줄어들게 돼 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렇듯 정책에 따라 사업자들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는 면세점 업계는 업계 전체에 다가오는 수익성 악화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각자 생존을 목표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모만을 키우면서 과당경쟁을 하다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속빈 강정’이 돼 공멸하고 만 일본과 대만의 전자·반도체 기업들의 전철을 우리 면세점 업계가 밟지 않기를 바란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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