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우 칼럼] '황제 경영'의 종말과 이재용·정의선·구광모 '수평적 리더십' 시대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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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우 칼럼] '황제 경영'의 종말과 이재용·정의선·구광모 '수평적 리더십' 시대의 개막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3.27 0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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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서 기업은 기존 관행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어
박근우 정책산업부장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의 융복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산업간 경계부터 기업들의 경쟁구도까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의 26일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구광모 대표는 알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업경영의 기존 관행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올해 주총 시즌은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뉴리더 트리오'가 각 그룹의 리더로 공식화되면서 수평적 리더십 시대가 개막됐습니다. 

사실상 '황제 경영' 총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입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산업화 시대의 수직적 리더십은 더 이상 4차 산업혁명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불명예스럽게 퇴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를 붙잡고 싶은 욕심은 '갑질'의 굴레 앞에 스러져 갈 뿐 입니다. 

"나를 따르라"식 권위주의 시대는 그렇게 저물고 있습니다. '나만 정의다'는 식의 운동권 논리로 가르치려 들면 '꼰대'가 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3일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의 구내 식당에 나타났습니다.

이를 본 직원들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 부회장은 구내식당에서 삼성전자 직원들의 셀카 요청에 흔쾌히 포즈를 취했습니다. 직원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은 SNS를 통해 확산됐고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귀공자처럼 느껴졌던 이재용 부회장이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선 계기가 됐습니다. 

이는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소통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 장면이 됐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월 중순 현대차 신임 과장세미나 과정에 ‘넥소 자율주행차’ 시승 영상으로 등장해 주목받았습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빠듯해 이렇게라도 얘기하게 됐습니다. (차안에) 카메라가 정말 많네요. 긴장되지만 최대한 솔직하고 편안하게 해보겠습니다"라고 영상을 시작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유연하고 소프트한 수평적 조직문화로의 혁신입니다. 

양복 대신 청바지까지 허용되는 완전 자율복장 제도가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입니다. 정 수석부회장이 오픈이노베이션과 융합형 인재를 강조한 이유겠지요.

과거 정주영-정몽구 회장 시대의 경직된 상명하달 수직 문화가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기업문화 혁신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구광모 LG 대표는 연초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새해 모임(시무식)’에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모임은 생산직, 연구직 등 다양한 직무의 직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구광모 대표는 지난해 6월 회장직에 오른 후 직원들에게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이는 곧 수평적 리더십 시대를 알리는 의미이지요.

사실 뉴리더의 '맏형'격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평적 소통에 앞선 인물입니다.

지난 2월 8일, 최 회장은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직원 300여명과 ‘행복토크’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시간에 열린 행사는 임원들도 자리가 부족해 계단이나 바닥에 앉을 정도로 참여도가 높았습니다. 

최 회장은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된 행사에서 ‘회장님의 워라밸은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제 워라밸은 꽝"이라고 솔직하게 답변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수평적 리더십은 1995년 이래 안랩 시절 안철수 대표가 선구자적인 인물입니다. 총수 경영이 일반화된 시기에 안 대표는 처음부터 권위를 내려놓고 경영을 했으니까요. 그는 "CEO는 여러 구성원 중 역할이 다른 한 명"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더치페이(Dutch pay)'를 했습니다. 공식 회식이 아닌 이상 누구나 각자 부담이었던 것이지요. 서로 편한 수평적 방식이지요. '더치페이'는 이후 안철수 대표가 추진한 김영란법 탄생의 계기가 됐습니다. 

앞으로 이재용·정의선·구광모 '뉴리더 트리오'가 펼치는 기업경영의 변화를 관전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입니다. 그들의 경쟁과 협력도 관전 포인트이겠지요. 

무엇보다 뉴리더 트리오는 과거 황제경영 시대와 달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관심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두 아이의 아버지여서 그런지 젊은이들의 고민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1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국민과 사회로부터 인정 받는 기업이 되도록 매 순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구광모 대표, 3월 26일 주총 인사말 중에서)

재계와 우리 사회는 앞으로 수평적 리더십 시대로의 변화 물결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은 과거 수직적 황제 리더십과 결별하고 소프트파워 뉴리더의 등장과 함께 오픈이노베이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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