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제로페이' 홍보 나선 박원순 "왜 불편하다는지...?"...시민들 "이익 모르겠다...관치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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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제로페이' 홍보 나선 박원순 "왜 불편하다는지...?"...시민들 "이익 모르겠다...관치페이"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3.25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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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제로페이 홍보 위해 경의선숲길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유동균 마포구청장
상점 주인들, "더 명확한 소비자 유인책 없으면, 소비자들 제로페이 사용하지 않을 것"

25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과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경의선 숲길을 찾았다. 

'제로페이'로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여 제로페이에 대한 여러 불만을 몸소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박 시장은 몇 번이나 "왜 불편하다는지 도통 모르겠다"며 직접 제로페이를 사용해 화분과 커피, 샌드위치, 책 등을 구매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결제시간 3초'도 과장이었고 방문한 상점 5곳 중 2곳에선 제로페이 결제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소득공제율 40%도 소비자들이 체감키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 청장은 연신 취재진을 향해 "주위에 딱 3번만 써보라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25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유동균 마포구청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경의선숲길을 찾았다. 몸소 제로페이로 물건을 구매하며 제로페이에 대한 여러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 제로페이 사용 상점 주인에게 "만약 소비자라면 쓰시겠어요?"라고 물었더니...

제로페이는 QR코드나 바코드를 통해 소비자 계좌에서 소상공인 계좌로 직접 돈이 이체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제로페이의 첫 번째 타깃은 소상공인이다. 결제 수수료율을 낮춰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높이겠다는 것.

박원순 시장과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만난 소상공인들도 신용카드(0.8~2.3%)보다 낮은 제로페이 수수료율(0~0.5%)에 반가움을 표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려면 소비자들이 기존 결제 수단 대신 제로페이를 써야 한다. 

소비자가 쓰지 않으면 이 정책은 실패라는 말이다. 

서울시가 설명하는 제로페이 결제 과정. 하지만 여기에는 한 단계가 누락됐다. 소비자가 상점 주인 계좌로 보낸 금액을 상점 주인은 앱을 열어 돈이 들어온 게 맞는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와 상점 주인이 가장 불편해하는 지점 중 하나다. <출처=제로페이서포터>

박 시장과 유 청장이 방문한 한 제로페이 가맹점 주인은 박 시장에게 직접 "시장님, 더 나은 유인책이 없으면 소비자는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박 시장은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15%)의 두 배 수준이 넘는 40%"라고 답했다.

제로페이 소득공제율 40%를 정착을 위해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박 시장은 또 이 상점 주인에게 "제로페이 사용하는 시민들에게 따로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해보시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제로페이를 더 사용하도록 '상점 자체적으로' 대안을 모색해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이럴 경우, 결제 수수료율이 낮아짐으로써 소상공인들이 얻게 되는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급한 금액이 가맹점 주인 계좌로 정확히 이체됐음을 가맹점 주인이 확인해주는 모습. 현장에서 봤을 때 제로페이의 결제 편리성이 다른 결제 수단보다 좋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만약 소비자라면 제로페이를 쓰실 거냐?"라는 질문엔 "반복해서 말씀드렸듯이 신용카드보다 눈에 보이는 혜택이 명확하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죠"라고 답했다.

박 시장과 유 청장이 떠나고 기자와 나눈 대화에서 이 상점 주인은 "신용카드가 주는 여러 혜택과 비교해봤을 때 제로페이에 확실한 이익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즉, 소비자 입장에선 신용카드가 주는 여러 할인 혜택 등을 감안했을 때 소득공제율 40%의 제로페이도 딱히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 

소득공제율 40% 이외에 추가 혜택에 대해 박 시장과 유 청장은 검토 중이라고만 말했다. 

◆ "사회적 우정의 시대 시작" 감성에 호소...박원순 시장, '관치페이'로 대권 도전?

박 시장과 유 청장이 찾은 또 다른 제로페이 가맹점 주인은 기자와 나눈 대화에서 "지금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페이나 신용카드가 딱히 불편하지도 불이익도 없는데 제로페이로 갈아탈 이유가 있냐"고 말했다. 

서울시의 제로페이 홍보 문구. 소비자들이 소득공제율 40%를 신용카드 혜택보다 크다고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실질적으로 '사회적 우정'이라는 '감성에 호소'해 제로페이 사용을 독려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대권 도전을 위해 제로페이를 무리하게 추진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현재 제로페이 사용 확대를 위해 제로페이 실적이 높은 자치구에는 인센티브 명목의 특별교부세 지급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자치구 관계자는 "엄연한 자치구를 서울시 시책 도구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관치페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일반 시민의 삶도 팍팍해지는 상황에서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론 설득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서울시는 시민(소비자)을 향해 "이제 자영업 상점에선 제로페이로 결제해주세요, 사회적 우정의 시대를 시작합니다"라고 권한다. 

소상공인의 삶만 고려한 나머지 평범한 시민들의 삶은 후순위로 밀렸다는 지적이자 제로페이를 써야 할 명확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여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현재 소비자인 시민들이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1월 개인카드(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결제 금액이 총 58조1000억원이고 1월 제로페이 결제 금액이 2억8300만원으로, 제로페이 실적이 신용카드 실적의 0.0004% 수준이라는 비판이 많지만, 제로페이 사용량 증가 추세는 확실하다. 하지만 이 추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용처 확대, 소비자 체감 이익 증가, 결제 편리성 증가 등이 담보돼야 한다.  

하지만 박 시장은 시범 기간이 끝나는 6월 이후에는 편의점, 택시 등으로 확대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홍보만 잘되면 제로페이 사용량은 분명 늘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제로페이 사용량은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박 시장은 유 청장과 함께 상점 5곳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1시간 남짓한 시간이었다. '현장의 온도'를 느끼기에는 분명 짧은 시간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제로페이 가맹점 주인 부자와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박원순 시장은 1시간 남짓 현장을 방문하고 떠났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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