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두산·한국타이어, 전기차 관련 업체들 '헝가리 투자 러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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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두산·한국타이어, 전기차 관련 업체들 '헝가리 투자 러시' 이유는?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3.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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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업체들 공장 집중...지리적 요충지, 값싼 노동력, 정부 혜택 등 3박자

동유럽의 중심 헝가리로 국내외 전기차 관련 업체들이 몰리고 있다. 

21일 SK이노베이션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을 보면 눈에 띄는 국가는 단연 헝가리로 나타났다. 

헝가리 공장은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을 '가장 많이' 책임질 곳이다. 헝가리에는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삼성SDI 배터리 공장도 있다. LG화학은 헝가리와 가까운 폴란드 코비에르지체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한다. 

두산(전지박), 한국타이어(타이어) 등도 헝가리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거나 진출 중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다임러와 아우디 공장도 헝가리에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헝가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산 관계자는 한 마디로 "(전기)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역"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유럽 배터리 공장 2곳이 들어서는 헝가리 코마롬.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삼성SDI, 한국타이어, 두산 등 국내 전기차 관련 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곳이 헝가리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제공=SK이노베이션?

◆ "물류 교통망이 매우 좋습니다", 동쪽으로 가든, 서쪽으로 가든 헝가리를 거쳐야... 한국으로 하면 '대전'?

이어 두산 관계자는 "헝가리는 여러 나라에 접근하기 적합한 위치에 있다"며 "유럽의 전기차 업체들과의 협업에 유리한 지리적으로 교통 요충지이며 시장 접근성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에 전지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전지박은 전기차 연료전지 핵심소재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도 헝가리 진출 이유에 대해 "교통망이 매우 잘 갖쳐줘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중부 유럽의 중심지로 불린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11시간 내에 주변 7개국의 수도까지 닿을 수 있다. 

이런 지리적 이점은 물류 인프라에 의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과거 EU에서 헝가리에 투자를 많이 했다"며 "그때 도로, 철도 등의 물류 운송 인프라가 확충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헝가리는 4개의 EU 지정 물류 전용 고속도로와 2개의 유럽 철도 제어 시스템의 '교차 지역'이다. 동유럽뿐만 아니라 경제력이 서유럽으로의 접근성도 좋다. 서유럽은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이뿐만 아니다. CIS(독립국가연합)와 중국으로의 화물철도 운송을 시작해 아시아와 EU의 관문 역할까지 한다. 한국의 '대전' 같은 교통 요충지인 셈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헝가리를 지나칠 수밖에 없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헝가리의 첫 번째 장점으로 '지리적 요건'을 꼽았다. 헝가리는 7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따. 또, 서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동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 기술력 높고 값싼 노동력 '최저임금 월 54만원'...아우디, 벤츠 등 글로벌 업체 거점

하지만 물류비용이 적게 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헝가리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국가들도 똑같은 이점을 갖기 때문이다.   

이철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다른 동유럽 국가에 비해 인력 수급에서 원할한 국가가 헝가리"라며 "의외로 동유럽 현지 공장을 운영하며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공산화 이전부터 우수한 기술력과 인재로 유럽 내에서 명성이 높았다. 가령 헝가리 국민들이 받은 노벨상 개수는 15개로 이스라엘에 이어 2번째로 1인당 노벨상 개수가 많다. 대부분 과학기술 분야에서 수상이 이뤄진 점도 특징이다.

엔지니어링과 IT 등에서 우수한 인재가 많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헝가리에 공장을 지었다. 아우디, 벤츠, 스즈키 등이 진출해 있다. '유럽의 공장'이라는 별칭도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사회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초기 정착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을 뿐"이라며 "헝가리 사람들이 워낙 성실하기 때문에 인력 관련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성실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일 욕심'도 많다는 점도 헝가리의 매력이다. 코트라에서 공개한 2016년 자료를 보면, 연간 근무시간에서 헝가리는 1위다. 급여가 충분히 보장될 시, 헝가리 사람들은 야근과 공휴일 근무에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2018년 기준으로 헝가리 월 최저임금은 54만원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헝가리 사람들은 유럽 내에서도 기술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헝가리 사람들은 급여가 충분히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야근 및 공휴일 근무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 <출처=코트라>

◆ 세계 최저 수준의 9% 법인세, 인센티브 종류별 중복수혜 가능, '세일즈 외교' 적극 펼치는 헝가리 정부

물류 비용과 인건비 외에 헝가리가 매력적인 점은 낮은 법인세와 각종 투자 인센티브,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 기업 투자 유치 자세다.

헝가리의 법인세는 세계 최저 수준인 9%다. 스위스(8.5%)에 이어 2번째다. 이렇게 낮은 법인세도 법인 설립 후 10년 동안 환급받을 수도 있다. 기업에게 부담되는 비용을 파격적으로 낮춰준 것이다. 

인센티브에서도 기업에게 이롭다. 헝가리는 ▲보조금 ▲세제혜택 ▲저금리대출 ▲부지제공 혜택 등의 4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중복 수혜'가 가능하다. 

두산 관계자도 "헝가리 정부에서 투자 지원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지원도 해준다"며 "여러모로 사업을 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공장 부지 선정 관정에서 다른 국가보다 헝가리의 지원이나 배려가 비용면에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헝가리 정부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안정감을 느낀다. 

헝가리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다. 기업가처럼 정부 관료들이 해외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계를 누빈다. 헝가리에 지속해서 투자가 이뤄지는 이유다.

2017년 말에는 헝가리 외무장관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전기차 회사 테슬라 임원을 만나 헝가리 투자 시 세제 혜택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책을 약속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헝가리 재무장관이 테슬라 본사를 찾아 공장 유치 '구애 작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테슬라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기차 모델을 가진 기업이다.

이러한 연이은 구애 작전에 헝가리 외국인 투자는 지난 3년간 24.6% 증가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다임러, 아우디, 스즈키를 중심으로 주변 공급사들도 투자 유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삼성SDI, 한국타이어, 두산 등도 이런 공급사들이다.

중국 비야디(BYD)부터 글로벌 자동차 부품 업체인 콘티넨탈, 보쉬, ZF 등도 모여 있다.

슬로바키아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폭스바겐과 기아자동차 등 다른 자동차 회사와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SK이노베이션 주요 고객사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생산기지도 헝가리 케치케메트에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여러 경제적인 혜택도 있지만, 성장 가능성을 보고 헝가리에 들어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저렴한 물류 비용, 뛰어난 기술과 일 욕심 있는 사람들, 낮은 인건비 그리고 기업이 '투자' 할 수 있는 환경이 뭔지 정확히 아는 정부까지. 

헝가리가 '천국'은 아니다.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까지 줄줄이 헝가리에 투자를 늘리는 까닭은 분명 존재한다. 헝가리의 매력 중에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건 없을까? 우리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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