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대형 마트 의무 휴무제, 재검토할 시기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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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대형 마트 의무 휴무제, 재검토할 시기 됐다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3.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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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쉰다고 전통시장 간다는 근거 미약... 복합쇼핑몰 규제 움직임은 ‘탁상공론’

다가오는 일요인인 24일 서울 대부분의 대형 마트가 쉴 것이다.

주말을 맞아 대형 마트를 이용하려는 가족들은 23일 등 다른 날을 이용해야 한다. 아니면 대형마트 의무 휴무제를 도입했던 취지처럼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쇼핑의 대세로 떠오른 지 오래인 온라인쇼핑을 이용하면 된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본인은 대형 마트가 쉬는 날이라고 일부러 전통시장을 찾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전통시장을 찾는 일은 분명한 목표가 있어서였다.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상품,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가 필요할 때 전통시장을 찾았다. 대형 마트가 쉰다고 해서 찾은 적도, 앞으로 그럴 계획도 없다.

즉, 전통시장과 대형 마트는 대체재가 아니다. 일부 연구결과에서 대형 마트 의무 휴무 도입 이후 전통시장의 이용률이 소폭 늘었고, 소비자들도 의무 휴무에 대해 불편함이 없다는 의견이 과반수가 나왔다고 하지만, 대형 마트의 피해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해 대형 마트 3사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나란히 큰 폭의 실적 하락을 겪었다. 이들은 작년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가격 공세를 펴고 있다. 경쟁 사회에서 이런 움직임은 당연한 일이다. 아마 올해도 실적 회복을 하지 못하면 내년엔 더한 극약 처방이 가해질 것이 분명하다.

대형 마트가 부진한 만큼 전통시장의 매출이 살아나지 못하자, 일부에서는 공격의 대상을 복합 쇼핑몰로 돌렸다. 스타필드나 롯데월드몰 등의 복합쇼핑몰이 지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복합쇼핑몰도 의무 휴무제의 대상으로 편입하고, 대형 마트는 현 월 2회 휴무를 4회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상임위에 올라있다. 만약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소비자들은 앞으로 일요일에 대형 마트를 가는 일은 어려워질 것이고, 일요일 스타필드나 롯데월드몰을 가려해도 쉬는 날인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복합쇼핑몰은 대기업이 직영으로 하는 매장보다 자영업자들이 입점한 매장이 훨씬 더 많다. 의무 휴무일로 인해 또 다른 자영업자의 수익이 하락할 것이고, 대형 마트의 의무 휴무일이 더 늘어나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급여나 고용 안정성이 하락할 것이다.

만약 이 법이 시행됐을 때 지금처럼 지역 상권과 전통시장의 수익이 생각만큼 개선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때는 전 국민의 온라인 쇼핑을 일요일에 금지할 것인가?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이 법안의 취지로 봤을 때 이런 일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더 무섭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기업의 힘에 밀려 고사하는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규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규제의 효과가 미약하고 상대적으로 규제의 피해가 훨씬 더 크다면, 그 규제는 재검토하고 다른 보호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대형 마트들이 위기에 빠진 지금이 재검토해야 할 시기다.

규제의 효과가 적다고 규제를 더 확대하자는 정책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을 법안 결정권자들이 꼭 생각해 보길 바란다.

[녹색경제신문 유통부장 겸 산업2부장]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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