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차 과연 잘 팔릴까?" 자동차 영업사원들에게 물었더니 "가격 비싸면 절대 구매 안해"
상태바
"LPG차 과연 잘 팔릴까?" 자동차 영업사원들에게 물었더니 "가격 비싸면 절대 구매 안해"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3.19 1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들이 LPG차를 찾는 이유 그리고 LPG차가 잘 팔리게 하기 위한 방법은

정부가 19일 미세먼지 관련 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다음 주부터 LPG차를 누구나 살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목적은 '미세먼지 저감'이다. LPG차는 경유차보다 미세먼지 물질(질소산화물)을 적게 배출한다는 것.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 200만여대 수준의 LPG차를 최대 300만여대로 끌어올려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과연 가능한 목표일까?

미세먼지 저감 효과든, LPG업계 이익이든, '소비자 선택' 달려 있다.  

그래서 자동차 판매 현장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LPG차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규제 폐지로 차가 더 팔릴까?

19일 국무회의 의결로 이제 누구나 LPG차를 살 수 있게 됐다. 이번 법 개정의 목적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다. 하지만 LPG차가 안 팔리면?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LPG업계의 이익도 없다.

◆ "LPG차를 친환경 때문에 사지는 않죠, 싼 가격 때문에 사지"

을지로에 있는 대리점 직원 A씨는 "13일 미세먼지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한 뒤 'LPG차를 정말 살 수 있냐'고 물어보는 고객들이 좀 늘었다"며 "'힘이 약하다' '연비가 안 좋다' 등의 단점이 있지만 연료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확실히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남동에 있는 대리점 직원 B씨도 "전화로 LPG차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보는 고객들이 더러 있다"며 "LPG 가격이 휘발유나 디젤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관심을 끈다"고 말했다. 

19일 대한LPG협회 홈페이지를 보면 3월 2주차 ▲LPG가격은 797.81원/L ▲경유는 1259.60원/L ▲휘발유는 1359.32원/L이다. 경유나 휘발유에 비해 LPG가격이 확실히 싸다. 

동대문에 있는 대리점 직원 C씨는 "휘발유로 10만원에 갈 수 있는 거리를 LPG로는 5~6만원에 갈 수 있으니, LPG차의 가격 경쟁력이야말로 고객들이 LPG차를 찾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고객들이 정부나 LPG협회가 강조하는 것처럼 '친환경성' 때문에 LPG차를 찾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점 직원 C씨는 "LPG차를 친환경성 때문에 사지는 않죠, 싼 가격 때문에 사지"라고 잘라 말했다. 

강남에 있는 대리점 직원 D씨도 "수소차나 전기차를 사는 고객들은 확실히 친환경성 때문에 차를 구매하지만, LPG차는 경유차나 휘발유차에 비해 순전히 저렴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산다"고 말했다.

◆ 'LPG값 저렴하게 유지' 못하면, 미세먼지 저감 효과 공염불

'LPG값을 저렴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아무리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크다고 말해도 사람들이 LPG차를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LPG업계 관계자는 18일 기자와 통화에서 "국내 LPG 사용량의 70%는 수입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국내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면서도 "LPG 가격은 오랫동안 휘발유에 비해 변동폭이 크지 않은 상태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 9월 작성한 보고서 '수송용 LPG연료 사용제한 완화에 따른 영향 분석결과'를 보면 과거 국내에서 LPG수입량이 늘어도 LPG 가격 상승은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 9월 작성한 보고서 '수송용 LPG연료 사용제한 완화에 따른 영향 분석결과'를 보면 과거 국내에서 LPG수입량이 늘어도 LPG 가격 상승은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휘발유, 경유 등에서 거둬들이는 세수가 부족해지면 정부가 LPG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지적에 LPG협회 관계자는 "늘어나는 LPG차로 환경 비용이 줄어들면 재정적으로 이득"이라며 "이로 인한 이익이 2030년 기준으로 유류세로 거둬들이는 세수 감소분보다 300억원 정도 많다"고 반박했다.  

'LPG차 확대→미세먼지 저감 효과↑→환경 비용↓→정부 재정 확보액'이 'LPG차 확대→유류세 ↓→정부 재정 감소액'보다 300억원 더 많다는 설명이다. 

◆ "충전소 부족 문제도 관건이에요"... 현재 전국 LPG충전소 1900여개, 주유소 1만1000여개

LPG차를 직접 몰고 있다는 대리점 직원 E씨는 "충전소 문제가 해결돼야 고객들이 LPG차를 지속해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LPG충전소는 1900여개다. 반면 휘발유, 경유를 넣을 수 있는 주유소는 1만1000여개다. 

충전소 부족 문제보다 심각한 건 충전소 설치를 너나할것없이 반대한다는 점이다. '혐오시설'로 오랫동안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정부나 업체에서 안정성을 보장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충전소 설치비 지원이 있더라도 과연 지역민들의 반발을 쉽게 극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직원 E씨는 "나처럼 LPG차를 몰던 사람은 불편함이 적을지 모르지만, 경유차나 휘발유차를 몰던 사람이 LPG차를 몰았을 때는 충전소 문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신형' 쏘나타에 LPG트림을 추가했다. LPG차 모델 종류가 많아질 예정이다. 하지만 자동차 대리점 직원들은 LPG차가 확대되는 데 모델 종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LPG가격이 지금처럼 저렴하게 유지되느냐, LPG충전소가 확대되느냐를 중요하게 봤다.

이번 LPG차 규제 전면 폐지 목표는 단연 '미세먼지 저감'이다. 하지만 LPG차가 팔리지 않으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고객을 직접 만나는 판매직원들은 모두 "LPG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친환경성'을 강조하고 누구나 살 수 있게 해도 사람들은 LPG차를 사지 않을 것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충전소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LPG차 모델이 다양하지 않고, 힘이 부족하고, 연비가 안 좋고는 부차적인 문제라고도 강조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LPG차는 예상만큼 팔리지 않을 게 확실하다. LPG차 규제 전면 폐지가 곧장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갖고 오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와 정치권은 유념해야 한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