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칼럼] 롯데의 중국 철수... 우리 정부라도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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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칼럼] 롯데의 중국 철수... 우리 정부라도 책임져야 한다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3.1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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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드 부지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보복... 정부 사업 협조 대가 ‘참혹’

“롯데는 한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

기업에는 국적이 없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 경영권 분쟁을 겪은 창업자 자녀들의 국적을 놓고 롯데그룹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일들이 있었다.

지난 박정희 정권에서 재일교포의 자본을 유치하는 차원에서 일본 롯데가 한국에 진출했다.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의 수 십 배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해 롯데라고 하면 한국 기업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해졌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그 뿌리를 두고 불편한 시선이 일부 존재했다.

그랬던 롯데그룹이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는 명분하에 설치되는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박근혜 정권 시절 우리 정부에 제공했다. 멀쩡히 운영되는 골프장을 정부가 가져간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롯데가 다른 나라 기업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롯데가 좋아서 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안보 차원에서 하는 일을 민간 기업에서 거절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 지는 능히 짐작이 된다. 또 ‘정부에 협조해 항간의 국적 논란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있기도 했다.

사드 배치를 자국의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한 중국은, 한국이나 미국 정부에 대해 외교적인 해결을 보는 것 대신, 엉뚱하게 롯데그룹에 대해 대규모 보복을 감행했다. 중국 관광객이 롯데월드나 롯데호텔, 롯데백화점과 면세점에 가는 것을 금지하고, 중국 내에 있던 롯데 사업체에 각종 규제와 징계를 남발했다. 중국 및 중국 관광객의 수요가 많은 유통 중심 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악재였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는 정권이 교체됐다. 사드 논란과는 별개로 박근혜 정권은 국정농단 혐의로 탄핵됐다. 촛불의 힘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다. 야당 시절 사드를 반대했던 문재인 정권이지만, 사드를 폐쇄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권 초기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며 맞섰다.

시간이 지나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3차례(판문점 2회)나 이뤄지는 평화 무드 속에서도 사드를 배경으로 하는 중국의 롯데에 대한 보복은 끊이지 않았다. 한류를 제한하는 일부 한한령(限韓令)이 철회됐어도, 여전히 대규모 단체 관광객은 롯데를 찾지 못한다. 중국내 롯데 매장 역시 썰렁하다. 중국 정부는 노골적이지는 않아도 은밀히 롯데를 고사시키고 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 장사꾼은 떠나는 법이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정부의 사인 없이 롯데가 생존할 방법은 찾기 어려웠다. 롯데는 조금씩 중국 사업을 정리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롯데는 과거 잘나가던 중국에서의 유통사업 대부분을 정리했다. 식품사업도 조만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잃게 된 롯데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다른 기업들도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롯데는 중국 정부가 대놓고 보복을 선언한 만큼 그 정도와 결이 다르다. 결국 롯데는 한국 안보를 위해 협조한 대가를 너무도 참혹하게 치르게 된 셈이다.

서두의 첫 질문을 이렇게 바꿔 우리 정부에 물어보자. “한국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한 대가로 중국에게 보복 당하는 롯데는 한국 기업이 아닌가?”

우리 정부가 롯데를 한국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롯데의 피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롯데가 예뻐서가 아니다. 국가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자국 기업이 타국으로부터 피해를 본다면, 국가는 그 피해를 책임지는 것이 상식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들이 독립된 조국에서 푸대접을 받은 것에 분노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을 위해 희생한 기업을 제대로 대우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것 역시,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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