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 LG그룹과의 '인연' 재조명...럭키금성에서 선수 및 코치 12년간 지도자 길 '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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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LG그룹과의 '인연' 재조명...럭키금성에서 선수 및 코치 12년간 지도자 길 '은인'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12.18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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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수석코치는 럭키금성 시절 박항서 감독의 룸메이트...32년 우정과 신뢰 '베트남 신화'

박항서 감독 열풍이 뜨겁다.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10년만에 스즈키컵 우승으로 이끌자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 영웅으로 등극했다. 

한국에서도 박 감독에 대한 관심은 베트남만큼 커졌다. 

비주류 설움을 딛고 해외에서 일군 인생역전 성공 스토리가 드라마틱하기 때문.

한국에서는 기득권 축구계 장벽에 막혀 결코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국민정서와 감정이입이 더해져 신드롬이 됐다. 

그렇다면 박 감독은 척박한 풍토에서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을까? 

놀랍게도 박항서 선수에게 지도자로서 기회를 제공한 곳은 현재의 LG그룹(당시 럭키금성그룹)이다. 

럭키금성(현 LG) 황소축구단 당시 박항서 선수 모습

박항서는 한양대 졸업 후 제일은행 실업팀에 이어 육군 충의팀에서 선수로 군복무를 마친 후 다른 팀을 찾아야 했다. 

마침 1984년 당시 럭키금성그룹 '황소축구단(현 FC서울)' 창단멤버로 프로축구 무대에 데뷔할 수 있었던 것. 럭키금성은 1983년말 구자경 회장 시절 기획조정실 주도로 4개월만의 준비 끝에 프로축구팀을 창단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구광모 LG 회장의 할아버지다.

박항서는 1985년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며 리그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됐다. 1986년 팀 주장으로 리그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박항서는 국가대표 선수로는 1회 출전에 불과할 정도로 빛을 못봤다. K리그에선 1984년부터 1988년까지 5년간 115경기 20골 8도움을 기록했다. 

박항서는 1988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나이 서른이었다. 

1983년 12월 22일 럭키금성 황소축구단 창단식에서 구자경 회장(왼쪽)이 고경환 단장에게 단기를 전달하고 있다.

럭키금성은 박항서에게 코치를 맡기고 지도자의 길을 걷게 배려했다. 

그렇게 박항서는 1989년부터 1996년까지 럭키금성에서 코치를 이어갈 수 있었다. 1991년 축구단 이름은 'LG 치타스'로 변경됐다. 

박항서가 럭키금성에 선수 및 코치로 있던 기간은 1984년부터 1996년까지 12년이다. 박항서의 축구 인생 중 가장 오래 생활했던 축구단인 셈이다.

박항서는 2002년 월드컵 수석코치로 히딩크 감독과 함께 대한민국 4강 신화를 만들었다. 코치로서 지도자 길에 접어든지 13년만의 일이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거쳐 박항서는 작년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이 됐다. 박 감독은 이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등 파죽지세였다. 

그런데 이영진 베트남팀 수석코치도 럭키금성 황소축구단 출신이다. 더욱이 박항서와 이영진은 룸메이트였다. 이영진은 1986년 입단해 먼저 선수로 뛰고 있던 박항서와 만났다. 

(좌로부터) 이영진 코치, 박항서 감독, 배명호 트레이너

이영진은 박항서와의 우정과 신뢰에 주저없이 베트남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를 수락했다. 그것도 피파(FIFA) 랭킹 100위권 밖의 베트남 팀을, 더욱이 지도자들이 채 1년도 버티지 못한다는 팀을 맡은 것. 

32년 전 럭키금성 프로축구팀에서 만난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코치가 머나 먼 타향에서 의기투합해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쓴 셈이다. 

한편, 럭키금성 황소 축구단은 1991년 LG 치타스, 1996년 안양 LG 치타스를 거쳐 2004년 지금의 명칭 'FC(Football Club) Seoul'로 변경했다. 연고지는 서울이며, 현재는 GS그룹 계열사 (주)GS스포츠가 운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는 오늘날 박항서 감독이 있기까지 프로축구 선수로 데뷔시키고 은퇴 후에도 코치로 장기간 역할을 맡게 하는 등 사실상 친정으로서 큰 도움을 준 은인이나 다름없다"며 "하지만 흔한 자랑도 없고 마케팅적으로 활용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측은 "현재는 GS가 축구단을 운영한다"며 말을 아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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