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3D 프린터의 초미세먼지, 당신의 건강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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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3D 프린터의 초미세먼지, 당신의 건강을 위협한다.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8.11.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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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규명될 때까지 대비하는 것이 최선

초미세먼지, 평범한 레이저 프린터서도 나온다.
가을을 보내고 겨울철이 깊어지면서 우리나라를 뒤덮는 중국발 스모그와 미세먼지의 위협이 거세지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흡연,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독성 배출물이 우리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현대인들이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사무실용 전자기기, 집 주방에서 요리할 때, 분위기 조성용 촛불과 벽난로에서도 미세먼지가 다량 배출된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산업용과 취미가용 3D 프린터를 생산하는 얼티메이커(Ultimaker)의 'Ultimaker 3' 모델 3D 프린터 제품 © 2011-2018 Ultimaker B.V.

이미 10여년 전, 호주 퀸즈랜드 기술대 연구진은 흔히 사용되고 있는 레이저 프린터가 다량의 고농도 초미세 입자가 대기로 방출시킨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특히 최근들어 부서별이나 책상 사이 벽을 없앤 개방형 오픈 오피스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사소하고 무고해 보이는 레이저 프린터에서 뿜어 나오는 독성 초미세 먼지는 실내 사무공간에서 더 멀리 더 구석구석 번져서 더 많은 사람들의 호흡건강을 위협한다. 레이저 프린터의 초미세 먼지는 허파 속의 가장 깊고 작은 폐포까지 침투할 수 있고 그렇게 몸 안에 들어온 초미세먼지는 혈관으로 유입돼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3D 프린터는 또 다른 초미세먼지 오염원
3D 프린터에서 나오는 초미세 먼지와 유독성 가스는 요즘 우리나라 한반도를 괴롭히는 대기 공해와 미세먼지가 유발하는 위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전문기술 직업병 연구센터(Centre for Research Expertise in Occupational Disease, 이상 줄여서 CREOD)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3D 프린팅 작업실에서 근무하는 직업인의 57%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으며 20%는 만성 두통을, 또다른 20%는 알 수 없는 손피부 갈라짐 증상을 앓고 있다고 보고됐다. 3D 프린터를 작동하다가 창상이나 찰과상을 입는 경우도 17%나 된다.

취미용 소형 3D 프린터는 플라스틱 소재인 ABS 필라멘트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실내 악취와 미세먼지를 유발하기 쉽다. 위 제품은 오픈소스 3D 프린터, 소프트웨어, 필라멘트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3D 프린팅 공동체가 제작한 취미가용 DIY 럴즈봇(LulzBot®) 3D 프린터. Courtesy: 2011- 2018 Aleph Objects, Inc.

학교 실습실이든, 가정내 취미 공방이든 아니면 전문가용 3D 프린팅 공방에서든 3D 프린터를 작동하는 작업실에서는 독특한 시큼매캐한 냄새가 난다. 이 묘한 악취는 다름 아닌 플라스틱 분말이 타는 냄새다. 플라스틱 소재의 필라멘트가 섭씨 200도 이상 고열에 녹아 3D 프린터 노즐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간 초미세 플라스틱 먼지와 유독 가스도 함께 생성되어 대기로 분출된다. 이때 나오는 악취는 건강에 해롭다. 프린팅 작업 동안 작업자가 들이 쉬게 되는 초미세 먼지와 유독 가스는 폐에 축적되어 미래 언젠가 호흡기 염증, 두통, 심혈관성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의 유행을 타고 DIY 3D 프린팅을 취미생활로 하는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중 취미가들을 위한 1백 만원 대의 저렴한 대중보급형 3D 프린터도 시중에 나와있다. 래피드 프로토타이핑(RP) 기법으로 3D 프린팅 강의를 제공하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3D 프린팅 초창기만 해도 미세 분말 플라스틱을 사용한 3차원 인쇄법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고무, 나무, 콘크리트 분말은 물론 초컬릿, 밀가루 반죽, 사탕 분말 같은 식자재를 이용한 3차원 형상 구현도 가능해졌다.

음식을 3차원으로 찍어내는 '푸디니 크리에이터(Foodini Creator)' 3D 프린터. © Natural Machines.

3D 프린터의 잉크 - ABS와 PLA 필라멘트
잉크젯과 레이저 프린터에 잉크가 들어간다면, 3D 프린터에는 필라멘트(filament)라는 인쇄 재료를 주입해야 한다. 3D 프린터는 본래 플라스틱 소재의 필라멘트를 사용했다. 3D 프린터 상용화 초기 시절부터 시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돼온 3D 프린터용 필라멘트는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다. ABS는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을 중합하여 얻어지는 아이보리색의 고체로 착색이 용이하고 표면광택이 좋으며 기계적・전기적 성질 및 내약품성이 우수해서 가정용·사무실용 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표면 소재로 주로 사용되지만, 일반 프린터에 비해 10배 높은 온도(약 섭씨 225도)에서 필라멘트를 녹이기 때문에 악취가 심하고 초미세 입자를 배출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취미가 대상의 저가(우리돈 100만 원 안팎) 대의 소형 3D 프린터 생산업체 XYZ Printing 사의 '다 빈치 미니(da Vinci Mini)' 모델은 ABS와 PLA 필라멘트 모두 사용가능하다. Courtesy: XYZ Printing.

그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PLA(Polylactic Acid) 필라멘트다. ABS 에 비해 PLA 열플라스틱은 낮은 온도(190-210도)에서 녹고 쉽게 액상화되기 때문에 상세한 디테일 표현이나 특수 효과(예컨대, 야광 채색 효과, UV 전환 광색효과 등)를 표현하는데 유용하다. 게다가 옥수수 녹말과 사탕수수를 첨가해서 프린터에서 가열될 때 발생하는 냄새가 좋고(단과자 굽는 냄새와 흡사하다.) 생분해되어 친환경적이라는 점 때문에 차세대 3D 프린터용 필라멘트라 불리기도 한다.

PLA 필라멘트는 또 ABS 보다 다양한 색상과 채도 표현에 용이하고 다양한 소재와 배합한 믹스-PLA 필라멘트 생산에도 쉽다. 단, PLA가 대체로 생분해되는 천연 소재 - 예컨대, 식물추출 녹말, 목재, 벽돌, 금은동 및 구리 같은 귀금속 등 - 를 혼합해 제조되다 보니 완성품이 뻣뻣하고 부서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독일업체 SLM Solutions가 생산하는 3D 프린터 'SLM®280 2.0' 모델을 비롯한 산업용 3D 프린터는 필라멘트 대신 다양한 합금속 소재의 3D 프린터 전용 나노 파우더를 사용해 제품을 인쇄해낸다. 파우더 적층 방식을 쓰는 만큼 프린터 내에 밀폐 인쇄실과 외부에 밀봉포장된 합금 파우더를 특수 주입해야만 작업실 내 미세입자 먼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Courtesy: SLM Solutions.

그같은 소재상의 문제점들은 최근 첨단 3D 프린터용 필라멘트 제조업체들이 신소재와 배합기술로 개발한 첨단 필라멘트로 차차 개선되고 있다. 여전히 가장 널리 쓰이지만 유해 가스와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손가락질 받는 ABS 필라멘트는 최근 ‘스마트 ABS’와 ‘휘어지는 ABS’로 개선돼 과거 뒤틀림 문제를 해결하고 높은 저항력을 요하는 기능성 기계 부품이나 의료용품에 주로 사용된다.

3D 프린터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에 대처하는 법
오늘날 전세계 첨단 3D 프린팅 업체나 작업실에서 생산된 3D 인쇄품들의 거의 3분의 1은 즉시 판매와 사용이 가능한 완제품일 정도로 자동차, 항공, 기계, 보건 분야 등 3D 인쇄된 제품들은 조용히 우리 일상을 침투해가고 있다(자료: 볼러스 리포트(Wohler’s Report).

반면, 3D 프린터에서 배출되는 초미세 입자와 독성 가스가 인간의 건강과 대기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진 것이 없다. 그런 한편 3D 프린터와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약속하는 필라멘트 류는 이미 아마존이나 국내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서 저렴한 가격에 팔리며 본격적인 대중화에 접어들었다. 

공업용 수준의 3D 프린터를 각 가정에. 스트라타시스(Stratasys)의 자회사 브랜드인 ‘메이커봇 레플리케이터 미니+’ 3D 프린터는 전문가용 수준의 3D 프린터를 가정용으로 쓸 수 있도록 소형화하고 모바일 앱과 클라우드 지원을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 2018 MakerBot Industries.

전문업체든 DIY 취미가들 사이에서든 앞으로 3D 프린팅 트렌드와 응용 범위는 계속 확대될 태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3D 프린터가 유발하는 초미세 먼지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3D 취미가들과 공장 직원들의 건강을 고려해 1) 3D 프린터가 있는 공간에 통풍을 원활히 하고 환풍기를 설치하고, 2) 3D 프린터는 가급적 낮은 가열 온도에서 작동하도록 하며, 3)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3D 프린터를 꺼두거나 3D 기기에서 먼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4) 가급적 저공해・저유해 인증을 받은 필라멘트를 선택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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