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 후폭풍, 재계 냉기류...손경식 경총회장, 방북모임 '좌장'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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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 후폭풍, 재계 냉기류...손경식 경총회장, 방북모임 '좌장' 고사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11.03 11: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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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속도전' 압박과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강경원칙' 사이 딜레마에 처한 기업인들

방북 당시 북한 고위 당국자의 이른바 '냉면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방북 재계 인사들이 부담감을 느끼면서 방북모임 참석 등에 냉기류가 감돌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속도감있는 '남북경협 압박'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대북제재 원칙'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한 재계의 현실이란 분석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최근 방북 특별수행단 친목모임에서 좌장 자리를 제안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방북(訪北) 특별수행원 뒤풀이 모임에 참석한 손 회장은 이 모임의 좌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받았지만 완곡한 거절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주도한 이날 모임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간사 역할을 맡아 참석 대상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성사됐다. 이른바 '고려회' 모임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

이날 모임은 방북단 200여 명 중 52명의 특별수행원이 참석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날 모임 자체에 부담을 느낀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실제 참석자는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해외 출장으로 불참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도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불함하자 재계에선 남북경협이 모임의 화두가 될 게 뻔한 상황에서 재계 총수들이 큰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주요 수출시장인 주요 대기업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섣불리 남북경협에 나섰다가는 '워치리스트(감시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평양 정상회담 과정에서 남북경협에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 등 재계 총수의 방북을 요청한 것도 북한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총수들의 방북 당시 장면. 북한 옥류관에서 냉면 식사 전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특히 최근, 방북 당시 북한 고위 당국자가 한 발언이 뒤늦게 공개돼 정치권과 재계에선 후폭풍이 거세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방북 기업인들과 식사하는 테이블에서 지지부진한 대북사업을 이유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고 막말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지난달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 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문제의 냉면 목구멍 발언을 질의했다. 해당 시점은 지난 9월 21일 남북정상회담 오찬이 한창일 때다. 정 의원은 리 위원장이 평양 옥류관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최태원 SK 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구광모 LG 회장 등과 오찬을 하던 중, 한 총수가 사리를 추가하겠다고 하자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비슷한 발언이 있었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서훈 국정원장도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리선권과 동석했던) 기업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그런 얘기를 들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기업 입단속' 논란까지 점화됐다.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식사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1일 대한상의 행사장에서 취재진의 냉면 발언 논란 질문에 "그런 얘기를 갖고 이러니저러니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냉면 발언' 외에도 주한 미국 대사관이 최근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포스코그룹 현대그룹 등 6대그룹에 대북사업 계획을 보고해 달라는 요구를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에선 '북한발 쇼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한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대북사업 파악을 위해 컨퍼런스콜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는데, 지난 1일 오후 다시 취소한다는 연락이 왔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차가운 '북한 냉면' 후폭풍이 겨울 한파에 앞서 재계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하면 주요 대기업을 비롯한 재계는 남북경협에 대한 연구 수준의 준비는 하겠지만 적극적인 투자 등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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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2018-11-03 19:00:58
말 안들으면 문정은한테도 혼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