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위주의 소비패턴, 간편결제 확산에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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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위주의 소비패턴, 간편결제 확산에 걸림돌?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10.17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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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사용이 많았던 중국과 일본이 오히려 간편결제 시장 급속한 성장 보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지만 중국, 일본만큼 급속히 확산되거나 주도적인 혁신 플랫폼이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는 이유로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 된 소비패턴이 지목되고 있다. 

현금 사용을 선호하던 중국와 일본에서는 본격적인 신용카드 시대를 생략하고 바로 간편결제 시장이 열린 반면, 신용카드가 일상화 된 한국, 미국 등에서는 IT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간편결제가 보편화 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여신기능을 간편결제 플랫폼에 온전히 담는데 어려움이 있어, 혁신적 결제방식 채택 보다는 신용카드를 모바일로 편리하게 사용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선도하는 주도적 사업자가 등장하기 어려운 이유로 표준화된 플랫폼 부족과 신용카드 위주의 소비 패턴이 꼽히고 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제조업체, 유통업체, 포털, IT기업 등이 각각 자사의 '페이' 플랫폼을 내세우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조사들의 삼성페이, LG페이, 포털 사업자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유통업체들의 스마일페이(이베이코리아), SSG페이(신세계), 티몬페이(티켓몬스터), L페이(롯데), IT업체의 T페이(SK텔레콤), 클립페이(KT), 페이코(NHN엔터테인멘트) 등이 있다. 여기에 은행들과 PG(전자지급 결제대행) 업체들도 가세한다. 

하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알리페이(알리바바), 위챗페이(텐페이, 텐센트) 등과 같은 시장주도적 사업자는 아직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간편결제 시장은 알리페이가 54%, 위챗페이가 3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합산 90% 이상의 시장 주도적 사업자로 경쟁중이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이관(易觀)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모바일 결제액은 109조 위안, 한화 약 1경839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간편결제 시장은 2016년 이미 미국의 80배 규모로 성장했다. 

전통적으로 현금을 선호하는 일본의 경우 아직 간편결제가 널리 퍼지지는 않았지만 확산 속도가 빠른 편으로 평가된다. 라인의 라인페이는 지난해까지 일본에서 3000만명 이상이 사용했고, 일본 내 주요 은행 48개와 제휴를 진행했다. 

위챗페이 사용 예시 이미지 <위챗페이 홈페이지>

알리페이, 위챗페이는 중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사용편의성이 높다는 것도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이유다. 

이들이 간편결제 시장의 최강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QR코드를 통한 결제 방식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에 의해 간편결제 방식이 중국 내에서 QR코드로 일원화 된 것도 시장이 확대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삼성페이, LG페이, 애플페이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제공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는 POS단말기, NFC 단말기 등이 필요하다.

QR코드를 통한 결제는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구현이 가능하다. 게다가 신용카드사의 개입 없이 앱에서 앱으로, 계좌에서 계좌로 직접 거래가 가능해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페이들은 기존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결제가 가능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신용카드사의 결제망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 QR코드를 이용한 결제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단지 신용카드를 꺼내지 않을 뿐, 앱이나 하드웨어(스마트폰)의 기능을 통해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일본에서는 올해 초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모토, 미즈호 등 3개 대형 은행이 QR코드 결제에 대한 규격을 통일하고 공동으로 시스템 개발에 나서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각 사별로 규격이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국내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 된 것도 간편결제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로 지목된다. 실시간으로 결제가 되기 보다는 신용을 담보로 나중에 갚는 소비 패턴이 정착돼 간편결제 방식도 신용카드 및 카드사와 연계될 수밖에 없어 절차가 복잡해 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간편결제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긴 하지만, 아직까지 플라스틱 카드를 직접 IC단말기에 꽂거나 긁는 방식으로 결제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 

이는 카드사의 망을 매번 직접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간편결제의 태생적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간편결제 도입 초기에는 자신의 전자지갑에 계좌를 연결하거나 충전을 한 후 결제를 하는 방식이었다. 계좌에 돈이 없어도 신용으로 거래되는 신용카드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었고, 이 차이가 시장 확대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주로 쓰는 국내 소비자들은 현금 사용이 보편화 된 나라의 사람들보다 한 달 먼저 산다는 얘기가 있다"며 "간편결제 확산을 위해서는 IT에 익숙한 젊은층의 사용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한데, 통장 잔고보다는 월급날을 기다리는 소비 패턴에서는 간편결제가 빠르게 확산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성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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