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디지털 애인에서 사랑을 찾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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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디지털 애인에서 사랑을 찾는 젊은이들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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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헐리우드 개봉작 영화 <그녀(Her)> 속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는 생면부지 남들을 대신해서 로맨스 편지를 써주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심하고 민감한 성격의 작가다. 어느날 하루, 그는 스스로 인격체로 진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장착된 컴퓨터를 사서 여성 정체성을 갖도록 설정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스칼렛 조핸슨 분)라 이름한 이 여성 정체성을 가진 운영체제에 점점 깊이 빠지고 감정적 교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는 인간과 인공지능 기계 사이서 벌어지는 갈등과 문제를 이야기로 펼쳐나간다.

테크놀러지 기술의 발전과 휴대용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급 덕택에 현대인들은 일상만사를 스마트폰 속 앱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럴진대 사랑과 연애라고 디지털 기술과 기기로 해결 못할 법이 있을소냐. 이미 독일의 영화 거장 프리츠 랑은 영화 <메트로폴리스>(1927년)에서 인간의 영혼을 가진 여자로봇(가이노이드) 마리아를 탄생시켰고, 가장 최근에는 미국 HBO 케이블 방송이 방영하는 <웨스트월드(Westworld)>가 미래 인간과 로봇 사이 빚어질 수 있는 철학적 문제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시아오아이스 가상 여자친구는 중국 블로깅 플랫폼인 웨이보를 통해서 2014년 소개된 사교용 챗봇이다. 현재는 목소리로만 교제가 가능하고 중국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사이버 세상 또는 디지털 기기의 형상을 한 가상 여자친구와 사랑하고 연애를 하기란 이제 공상과학 영화나 비디오 게임 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판타지 만은 아니다. 고독은 현대사회의 전제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연애, 파트너의 감정적・물질적 후원을 갈구하는 마음은 피할 수 없는 인간적 본능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점점 많은 젊은이들은 디지털 애인이 있는 가상의 세상 속으로 탈출한다.

그같은 트렌드가 일찍이 일기 시작한 일본에서는 2015년 현재 집계 결과 성인 남성인구중 25%, 성인 여성인구중 15%가 미혼이고 아예 이성교제 조차 하지 않는 독신생활자가 전체인구의 60%가 넘는다. 우리나라도 이미 전체 가구의 30% 가량이 1인 가구이고, 20-30대 젊은이들은 연애와 결혼을 미루는 추세다.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의 부작용으로 독신남성 인구가 과하게 더 많은 중국에서도 이미 혼자 사는 젊은이 인구가 6천 만을 넘어섰다. 여자친구가 없거나 수줍은 젊은이들은 타오바오 사이트의 가상 여자친구 서비스나 웨이보 사이트의 시아오아이스(XiaoIce, 2014년 출시, 마이크로소프트 개발) 같은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나 가상 여자친구 플랫폼을 찾는 주고객이다.

'게이트박스' 버추얼 여자친구 아즈미 히카리는 망가 스타일의 귀여운 요정 모양을 투영한 홀로그램이다. Courtesy: Gatebox.

일본에서는 2014년 AI 챗봇 리나(Rinna, 마이크로소프트 개발)가 출현하여 때론 와일드한 랩 싱어로 또 때론 우울증으로 슬퍼하는 연약한 여학생으로 돌변하며 일본남성들을 사로잡았다. 이어서 2015년 일본 도쿄 소재의 테크 업체인 빈클루(Vinclu)는 아즈마 히카리를 출시했는데, 이 요정같은 버츄얼 여자친구는 게이트박스(Gatebox)로 불리는 유리관 속에 투영된 푸른색 홀로그램이다.

직장에서의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섰을 때 반겨주는 생활의 동반자가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하는 외로운 남성들은 게이트박스 속 아즈마 히카리로부터 진짜 연인이나 아내에게서 느낄 법한 애정을 느끼길 기대한다. 주인은 집을 들고 날 때마다 전원을 켰다껐다 할 수 있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원거리 제어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즈마 히카리는 바깥에서 바람을 피우거나 변덕을 부리며 남성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다.

중국의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사이트인 이키이가 2014년 공개한 VR 헤드셋용 AI 어시스턴트 '비비(Vivi).'

여성 목소리를 한 AI 어시스턴트 스피커는 특히 외로운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같은 사실에 착안하고 중국의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사이트인 이키이(iQiyi, 중국 검색엔지 바이두 소유)는 2017년 말 VR 헤드셋에 비비(Vivi)라는 여성 목소리로 말하는 아바타를 추가했다. 비비 인공지능 어시스턴트는 남성 사용자를 유혹하고 춤추고 사용자의 ‘터치’에 묘하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램 되었는데, 그녀의 자태와 행동이 지나치게 요염하단 여론 끝에 출시 보름 만에 삭제된 단명한 버츄얼 어시스턴트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가상 애인을 개발도 한창이다. AR 기술은 시각적으로 사용자에게 역동적으로 상호작용 하는 듯한 체험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한 테크사인 쿠거(Couger)가 개발한 레이첼(Rachel)이란 이름의 젊은 가상 여성은 AR 기술에 무선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을 융합시켜서 별도의 헤드셋이 필요없이 데스크탑 컴퓨터 스크린과 스마트폰 화면 사이를 넘나들며 기계 외부에서 상대방 남성의 말을 듣고 대답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쿠거 사의 VHA(가상 인간 에이전트) 레이첼은 추가 실험을 거친 후 2019년에 일본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본 테크업체 쿠거(Couger)가 개발중인 VHA 가상 애인 '레이첼'은 준수한 용모와 상냥한 대화 상대 역할을 한다. Courtesy: Couger.

보통 남녀가 만나 연애를 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일에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인간의 감정은 유동적이고 영원하지 못하며 아픔과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도록 요구 받는 멀티태스킹의 시대인 요즘, 사랑과 연애에 몰두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사람 보다 컴퓨터와 상대하기를 더 편하게 느끼는 현대인은 자꾸 늘고 있다.

테크놀러지의 진보가 인류의 결점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애정과 관계의 결핍에 배고픈 더 많은 현대인은 잠시나마 테크놀러지로의 도피해 볼 것으로 보인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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