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24/7/365 보이지 않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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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24/7/365 보이지 않는 디자인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0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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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비트코인 가격이 ฿1 당 6천300달러를 돌파하며 가격상승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최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은행 회장은 비트코인을 ‘17세기 튤립 투기 파동 다음으로 위험한 금융 사기’라고 비난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왕자 역시 비트코인은 결국 붕괴할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은 비트코인을 통한 유안화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비트코인 거래소 폐쇄조치를 내렸다.

그런가하면, 다이먼 회장의 옛 JP모건 동료이던 블라이스 마스터즈는 이미 2015년 JP 모건에서 퇴사한 후 디지털 애셋 홀딩스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금융 블록체인 기술 개발 투자와 경영에 뛰어들었고, 골드만삭스 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은 차후 세계 금융업계에 연 60억 달러 가량의 비용 절감을 가져올 것이라 내다보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자금 교환과 결제 승인 방식 투자개발에 한창이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투자은행의 부도와 중동발 국제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세계금융계가 신음하고 있는 사이, 그로부터 6주일 후인 2008년 10월 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개인 또는 집단 개발자들이 비트코인이라는 전자화폐로 금융테크의 새 시대를 고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로 채굴(mining)되고 거래될 수 있는 비트코인(Bitcoin) 암호화된 가상 화폐(virtual cryptocurrency)를 구축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blockchain technology)이다.

금융IT업계 내 극단적인 호불호와 낙관 대 비관적 전망을 몰고 다니면서 화재가 되고 있는 블록체인 테크놀러지는 최근 IT 산업계에서 인류 미래를 급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이고 디스럽티브한 신기술 중 하나로 촉망받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 다국적 회계감사 업체가 발표한 글로벌 금융업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주요 은행 플레이어들중 90%가 이미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위한 투자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며 그들이 투자한 총 금액은 총 14억 달러(약 16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쓰기 편한 훌륭한 디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인류 최초 암호화 화폐인 비트코인 거래 및 장부 관리 원칙을 가능케 해주는 핵심 기술이다. 전작 장부로 모든 거래 내역이 기록되고, 외부침입자의 부당 변경(tampering)이 불가능하며, 거래기록 복사본을 여러 군데에 동시 분산시켜 저장하는 방식을 쓰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해킹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고 중앙금융기관의 승인이 없이도 P2P간의 익명 거래가 보장되는 것이 이 기술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그같은 잇점을 내세워서 비트코인은 등장과 동시에 전세계 금융권의 주목을 끌었지만 지난 근 10년 동안 가격의 불안정성과 비트코인 거래의 익명성을 틈탄 범죄적 용도나 암거래에 악용된다는 이유로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비트코인 거래가 불법화됐다.

게다가 블록체인 기술은 무척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일까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예를들어, 천 원짜리 지폐가 한 장 있다고 치자. 현금 지폐는 누가 쓰고 누가 받아서 그 금액중 일부나 전체가 어떤 구매에 사용되어 어디로 가는지 그 기록이 남지 않는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비트코인 암호화 화폐는 모든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거래 사용처, 거래 시점, 액수를 포함한 상세 정보가 레고 벽돌 같은 블록(block) 단위로 죽 연결된 사슬(chain) 형태로 남는다. 달리보면 회계장부 스프레드 시트를 긴 사슬모양으로 기록해 둔 암호화된 원장(ledger)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모든 기록은 여러장의 복사본으로 만들어져서 은행이나 중앙금융기관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도 여러 거래 당사자들의 컴퓨터와 저장소에 흩어져 보관된다.

독일 스타트업 Share&Charge 전기자동차 대여 및 연료주입 앱은 블록체인의 스마트 콘트랙트 기술을 응용한다. Image courtesy: Share&Charge.

기술 자체의 난해성 때문 외에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기술적 한계 때문에 특히 금융업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까지 대체로 PoC(개념증명) 또는 파일럿(pilot) 단계로 실험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실시간 거래 승인과 지불 기능 부족[아직은 처리 속도가 늦다], 거래 처리 속도가 늦어지면 해킹 시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블로체인 기술 보편화를 위한 새 인프라 구축에 드는 막대한 비용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남아 있어 내일 당장 핀테크 혁명이 우리를 강타할 일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년 후 2020-25년 즈음이면 도입・실행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블록체인 시험응용 사례
그 사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대는 금융업계 이외 다른 업계에서도 높아서 활발히 실험중에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정부 주도 프로젝트로 블록체인의 개인 정보 보관 기능, 각종 돈 지불 기능,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P2P 사업 방면에서 응용되는 추세다. 

영국은 2012년부터 e-정부 디지털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정부 부처 운영과 대 국민 서비스를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그 결과 영국 국민들의 생활 전반 - 구직, 납세, 퇴직연금, 보건, 결혼 및 육아 등 - 는 블록체인 기술과 간편화된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관리될 것이라 한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2014년부터 전국가적 E-Estonia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오늘 2025년까지 이 나라의 인구 천 만 명 국민의 주민등록부 E-레지던시 디지털화를 완성하고 첨단 디지털 ID 카드를 배급하여 대중교통, 보건의료 서비스, 사업등록, 위반벌금 등 공공 서비스를 편리하게 일괄 재정비하고 효율화할 계획이다.

다가올 미래, 귀중한 에너지는 또다른 통화 현금이 될지도 모른다. 그에 착안하여 솔라코인재단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솔라코인(SolarCoin)을 만들어서 지붕 태양열판을 설치한 가정에서 태양열을 축적한 만큼 솔라코인을 배급하여 매 달 가정 연료사용비 고지서에 차감활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Image courtesy: Cisco.

블록체인 기술은 정치와 민주주의 의사반영에도 유용하게 실험되고 있다. 예컨대 2013년부터 아르헨티나에서 결성된 민주주의 지구 재단 운동가들은 국민들의 정치참여와 여론반영을 독려하기 위해 데모크라시OS라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앱을 개발해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유럽연합의 후원으로 D-Cent라는 E-민주주의 툴박스를 전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이 디지털 툴박스 앱을 통해서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지역공동체와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이웃 텃밭을 함께 가꾸거나 사업자금이 필요한 이웃에게 P2P 대출을 해주기도 하고 일손이 모자랄 때 품앗이를 조직하기도 한다.

대체 에너지 지동차 보급과 대중화에 앞서 있는 독일에서는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기 자동차 나눠타기와 전기연료 충전기 공유 프로젝트를 2015년부터 실행하고 있다. 전기 자동차를 소유한 주인은 데모스(Demos) 자동차 공유 앱이 응용하는 블록체인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 기술을 이용하여 전기 자동차 대여와 전기충전기 요금 지불을 관리한다. 그런가하면 예술계에서는 작품의 진위성 기록을 보관하고 보증하며 예술창조자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기록된 정보의 비밀성은 보장하되 필요시 모든 거래 정보를 한 눈에 검토할 수 있다는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응용한 것이다.

올 여름철 국내산 달걀에서 농약성분이 다량 검출되어 먹거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올 8월 IBM 사는 미국내 수퍼마켓 및 식료품 체인업체와 협력하여 블록체인 기술로 먹거리 생산지 및 유통경로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앱을 개발하여 보급할 것이라 발표했다. 사진: Connie Zhou for IBM.

UI/UX 디자인이 기술 응용에 선행되어야
애플의 전설적인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처음 제1세대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전화걸기 기능을 녹색의 작은 네모 모양의 '킬러앱(killer app)' 아이콘으로 응축해 부활시켰다. 긴 숫자로 된 전화번호를 외우거나 전화장부에서 찾아 다이얼을 돌리고 번호단추를 눌러야 할 필요 없이 컨택(contact) 목록에서 태핑만으로 되도록 전화를 걸 수 있는 전화통화의 혁명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사용자들 사이에서 어렵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소비자 대중에 봉사하는 친화적인 기술로 다가가려면 심플하면서도 사용하기 유려한 킬러 앱을 디자인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래서 난해한 블록체인 기술을 소비자들에게 깔끔하고 날렵우아하게 디자인된 제품이나 애플리케이션으로 포장해 소개하려면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UI)이 주도된 기술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코인데스크(CoinDesk)』 미디어는 조언한다. 흔히 기술을 다루는 테크업계는 디자인을 부수적인 요소로 여기는 경향이 많아서 백엔드 아키텍쳐를 만든 후 프론트엔드 디자인에 들어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용자 편의 디자인을 달성하려면 먼저 UI/UX 개발 및 디자인 과정 일체 - 컨셉 구성, 스케칭, 프로토타이핑, 테스팅 등 - 에 대한 준비를 마친 후 백엔드 기술개발에 들어가라는 말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해외여행 과정 일체를 디지털화할 것을 겨냥하는 와인딩 트리(Winding Tree) 스타트업의 홈페이지. 이 업체는 이미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 및 제휴 항공사들과 함께 와인딩 트리 토큰제를 실행하여 여정 관리, 여권심사, 항공권 수속 등 해외여행에 관여하는 모든 절차에 필요한 정보를 일괄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해 준다. Image courtesy: Winding Tree.

블록체인 기반 킬러앱을 개발하려면 우선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구축한 후 기술적 솔루션을 모색하라고 한다. 기술적 제한에 맞춰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하여 대중화에 실패하기 보다는 디자인에 맞춰 기술적 솔루션을 찾거나 타협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권 블록체인 기술 분야에서 선제적 역할을 하고 있는 IBM이나 하이퍼레저(Hyperledger) 프로젝트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서 쓰이는 디지털 토큰을 굳이 고집하기 보다는 기존 컨센서스 알고리듬 기술을 재활용하여 장부 입력 및 지불 승인 방식을 써서 거래 속도와 데이터 투명성을 현격하게 개선했다.

첫째도 심플, 둘째도 심플 할 것
스마트폰으로 일상만사를 해결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현대 소비자들의 모바일 기기를 향한 퍼포먼스 기대치는 매우 높다. 앱을 잘 디자인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기업의 매출과 이미지가 판가름나는 요즘, UI/UX 디자인의 위력은 전에 없이 막강해졌다. 모더니즘 시대의 거장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헤(Mies van der Rohe)가 ‘神은 디테일 속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라는 격언을 즐겨 사용했듯,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프로세스 절차를 절대로 축소하거나 지름길로 피해가지 말고 모든 세부사항을 철저하고 세심히 고려하여 설계하라고 디자인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디자인이 21세기 시스템 구석구석과 일상 도처를  지배하고 안내해 주는 지금, 블록체인 업계는 디자인과 협력한다면 다시 한 번 미래의 산업과 경제를 움직일 추진력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전세계 업계는 2017년을 시작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을 경제성장의 기회로 전환하기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을 태세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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