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산업 4.0 시대의 서비스업, 일은 자동화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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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산업 4.0 시대의 서비스업, 일은 자동화에 맡긴다.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17.07.2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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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양날 달린 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위한 첫 걸음으로 정부는 이주 초 내년 2018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현재 최저임금 시간당 6470원)으로 인상할 것이라 발표했다. 척박한 경기와 여유롭지 못한 자금순환 사정 속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수많은 중소규모 사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이 더 늘어나 경영난에 몰리고 1인당 노동강도와 노동소요시간은 지금보다 더 혹독해지는 한편 고용 시장을 지금보다 더 얼어 붙게 할 우려까지도 있다. 개별 피고용자에게 시급 인상이란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고용 시장과 거시적으로 어떤 효과로 우리 경제로 되돌아 오게 될지는 미지수다.

부동산의 재정화와 고물가・저생산 시대에서 인력 고용이 경제생존을 위협하는 부담요소가 돼버린 현 후기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로봇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미 전세계 공장 생산라인이나 물류창고에서는 인간이 하던 일을 자동화 로봇이 빼앗아간지 오래다. 노동력 풍부한 중국에서 조차 급격한 임금인상에 대비하기 위해 제조업계는 단순 서비스 업무의 자동화와 무인화를 공격적으로 실행중이다. 중국 광둥 성 사업단지 내 공장들은 노동자를 로봇으로 속속 대체해 해가 거듭할수록 비싸지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제품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아디다스 그룹의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는 100% 인공지능화・자동화된 제품공장으로 인건비 및 부수적 비용을 대폭 절감시켜줄 뿐만 아니라 매장 내 소비자 커스터마이제이션, 하이테크, 인터랙티브 디지털 경험 요소와 테크 혁신을 제품 스토리텔링 홍보전략으로 활용하여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 2017 adidas.

애플 제품을 비롯하여 아마존 킨들, 닌텐도 게임콘솔, 노키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생산하는 타이완의 폭스콘(Foxxcon) 공장은 2013년부터 백만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고 극소수의 업무를 제외한 생산라인 대부분을 로봇으로 대체해 버렸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과로로 인한 높은 노동자 자살율로 악명높던 폭스콘 사의 어두웠던 과거 노동 착취사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갈 것이다. 작년 아디다스(Adidas) 사는 중국 공장에서 주로 생산해 오다가 독일 안스바흐에 자동화 기기와 3D 프린터를 갖춘 하이테크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 파일럿 공장을 건설하고 2016년부터 전 제품을 100% 로봇생산하고 있다.

단순 서비스 산업과 소비리테일 분야에서도 로봇과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자동화 추세가 주목받는다. 예컨대 전세계적으로 연간 근 10% 가까운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과 전세계 대도시서 속속 등장하고 있는 무인 마트와 매점 역시 물류 자동화와 온라인 지불거래 시스템 기술이 뒷바침된 리테일 자동화(automated retail)로서 소비자에게는 편의를 사업자에게는 인건비 절감과 경영 자동화를 제공하는 테크와 디지털 디자인의 혁신이다.

잠들지 못하는 미래의 대도시 속의 소비문화의 상징 24시간 편의점. 샹하이 헤페이 기술대학과 스웨덴의 스타트업 업체 휠리(Wheelys)가 협력으로 현재 여러 대도시서 실험 마케팅중인 모비 마트(Moby Mart)는 24시간 운영되는 무인 편의점이다. 소비자는 스마트폰과 자동지불 앱만 있으면 물건을 골라 스스로 물품 지불을 해결할 수 있다. Photo: Per Eriksson (Mazetti). Image courtesy: Wheelys.

인공지능의 시대 환경의 비쥬얼 미학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작동하는 인텔리전트 머신(intelligent machines) 혹은 로봇은 일의 정확성, 일관성, 효율 면에서도 인간에 비해 뒤쳐지지 않으며 반복작업으로 인한 인내를 요하거나 피로를 야기하는 업무에서 그 어떤 인간 보다 우월하다. 에너지 소모비용 외에 고용자로부터 임금, 건강보험, 연금보장 같은 추가 비용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옥스포드 대에서 발표한 『고용의 미래(The Future of Employment)』(Carl Benedikt Frey & Michael Osborne 공저,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전통적인 직업군 - 특히 세무사, 법무사, 치과위생사 등 준전문 사무직에서부터 자동차 운전사, 소비세일즈, 재봉사, 현금출납원, 은행원, 단순음식조리사 같은 저숙련 육체노동직까지 - 은 가장 먼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며 대체될 확률은 90%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2015년 밀라노 엑스포(expo Milano 2015)에서 이탈리아의 수퍼마켓 체인 코옵(Coop)과 카를로 라티(Carlo Ratti) MIT 도시디자인 및 기획 연구소 교수가 협동으로 기획한 『미래의 수퍼마켓(Supermarket of the Future)』전시회. 미래의 장보기 활동은 먹거리의 원산지, 영양가, 알레르기 정보, 폐기방법을 포함한 종합적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인터랙티브 및 증강현실 인터페이스 모니터로 시각화해 보여주는 ‘토털 디지털 시각정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점친다. 제품의 선발 진열 방식은 수직형 배열식으로 재디자인해 소비자의 동선을 효율화했다. 컨설팅사 액센쳐(accenture)가 컨셉 고문을, Studio FM Milano가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했다. Image courtesy: Studio FM Milano.

일의 자동화(automation), 로보틱스(robotics) 기술에 따르는 로봇의 인간 노동력 대체, 인공지능의 기하흡수적 세련화는 거스를 수 없는 인류 발전 과정이다.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한 예견은 테크노 낙관자와 테크노 비관자라는 두 매우 상반된 비젼으로 갈라지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인간 문명은 필연적으로 좋은싫은 선택의 여지 없이 프로 테크의 경로로 진보를 계속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항간의 디스토피언적 비저너리들은 가까운 미래 인류는 테크를 소유・통제하는 극소수 지배 엘리트 계급 對 테크에 의해 직장과 생계수단을 잃고 정부의 최저생계비에 의존해 생존하는 하층계급 다수 및 안티테크를 주장하는 신 러다이트(Neo-Luddite) 신기술 반대자들 간의 갈등과 폭동으로 점철될 미래를 예견하기도 한다.

국제 해양선박운반업계는 빅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가장 적극적으로 무인화와 인공지능화를 포용하는 섹터다. 노르웨이 선박운송업체 Nor Shipping Lines와 기술협력을 체결한 롤스-로이스 사의 첨단 인텔리전트 oX 육지본부 컨트폴 센터의 조종실 모습. Image courtesy: Rolls-Royce plc 2017.

인공지능의 미래 시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인공지능 기술을 등에 업고 더 진화할 인텔리전트 머신은 진정 우리의 일자리를 가로채갈 것인가? 물론이다. 동네 편의점 주인이 계산직원 대신 AI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나 로봇을 두고 이웃 상가의 김밥가게에선 김밥말이 로봇이 더 빨리 보기좋은 김밥을 만들어 장사를 대신해 줄 날이 오겠지만 당장 내일의 현실이 되진 않을 것이다. 아직도 로봇은 값비싼 투자대상이고 유지보수가 어려운 초기 도입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 우리는 로봇들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계를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미리 진지하게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로봇이 우리의 일을 대신해 줄 인간의 미래를 미리 대비하고 인정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은 씁쓸하다. 그러나 암울해 보이는 미래 하이테크 시대에도 한 가닥 밝은 희망은 없지 않다. 예컨대 과거 1900년도 즈음 산업혁명기 인간은 주당 70시간 이상을 단순노동으로 시달렸지만 20세기 후반기 제조업의 부분자동화와 합리화로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40시간 이하로 줄었다. 같은 이치로 테크 낙관론자들은 인공지능이 무의미하고 힘든 노동을 인간 대신 해 줄 미래에 인간은 인공지능이 채 할 수 없는 한층 창의적이고 의미있는 창조활동이나 세련된 일을 하며 한결 여유있고 만족스런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 내다본다.

『(일의 미래(How will we work?)』 전시회 중에서 인터랙티브 디자이너 슈페판 보그너(Stefan Bogner)와 필립 슈미트(Philipp Schmitt)가 공동 디자인한 『인간적 요소(Human Element Inc.)』 컨셉은 크라우드워킹(Crowdwork)을 제안하는 프로젝트. 여전히 기계는 인간적 측면을 배우고 축적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일반인들이 버스나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소액을 벌 수 있는 수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2016년 작 © Stefan Bogner & Philipp Schmitt. Image courtesy: MAK Museum, Vienna.

일자리를 인간에게 줄 것이냐 아니면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맡길 것이냐를 둘러싼 쟁점은 궁극적으로 정치적 사안이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사민주의 편향 정부는 큰 정부를 구성하고 공직과 공무원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해 정치 세력을 굳히는 반면, 보수적이고 시장친화적 정부는 작은 정부와 시장경쟁 원리를 추구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정치를 초월하여 인류의 생존과 연관된 더 중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아니나 다를까? 머스크는 바로 며칠전인 7월 16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에서 열린 미국 주지사 협회(National Governors Association) 여름 미팅 행사에 참가하여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 정치가와 정책입안자들이 로보틱스와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한 규제안을 마련하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 인간보다 더 똑똑해질 인공지능은 자칫 인간을 해칠 인류 문명의 근원적인 위협으로 되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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