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위기의 한국 게임사가 해외 게임사에게 배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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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기의 한국 게임사가 해외 게임사에게 배울 점
  • 이준혁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9.06.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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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E3 행사에서는 굵직한 게임들의 발표와 발매일이 줄을 이었다.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데스 스트랜딩, 사이버 펑크 2077 같은 게임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E3 기간에 발매일이 발표됐다.

사실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는 2015년 6월에 처음으로 제작 발표가 공개됐기 때문에 실제 발매까지는 약 5년이 걸렸다. 그것도 분할 제작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제작됐다. 하지만 공개된 게임을 보면 5년이라는 제작 기간이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팬들로서는 환호할 수준의 퀄리티였다. 그래픽이나 현대적으로 다듬은 전투 시스템이나 더욱 깊이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들까지. 특히 20여년이 지난 턴 방식 기반의 게임을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어 전투 시스템에 큰 변화를 주고, 그와 함께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다듬는 작업을 하면서 게임의 사이즈는 대폭적으로 커졌다.

그에 따라 1개의 게임을 분할하여 제작하는 방식이 될 수 밖에 없고, 분할된 게임도 웬만한 게임 수준의 볼륨이 되었다고 한다. 팬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파이널 판타지 7은 팬들에게도 리메이크의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스퀘어 에닉스로서도 서양에 파이널 판타지의 인기를 알린 대표작이기 때문에 함부로 리메이크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제작은 느린 것처럼 보였고, 정보 공개도 매우 적었다. 시간이 지나도 개발이 진척되고 있다는 뉴스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E3에서 제대로 된 게임 공개와 함께 발매일까지 발표했다. 물론 이번 발표가 팬들에게는 굉장한 반응을 얻었고 직접 게임을 체험해본 전 세계 기자들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E3에서는 블루레이 2장을 사용한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게임 초반부 밖에 안되는 분량이지만 상당한 분량이 준비되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비디오 게임은 실제로 완성 후 발매까지 시간이 걸린다. 비디오 게임은 일반적인 게임 테스트와 수정 과정 외에 패키지 제작과 유통 과정이 포함된다. 그래서 내년 3월 3일 전 세계 발매라는 것은 사실상 게임 제작은 이미 끝나고 후반부 작업(디버깅, 최적화, 밸런스 수정, 언어별 텍스트 수정) 등만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발표부터 완성까지 약 4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 위처3의 차기작, CD PROJCET RED의 사이버펑크 2077

한편 폴란드의 CD PROJECT RED의 사이버펑크 2077도 2020년 4월 16일로 발매일이 결정됐다. 2013년 1월에 사이버펑크 2077의 티저 영상을 공개하기는 했으나 실질적으로 제작이 가속화된 것은 2015년 하반기부터. 위쳐 3가 2015년 5월에 발매됐으니 2개의 확장팩을 개발하면서 사이버펑크 2077도 병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위쳐 3의 성공 이후 전 세계적을 주목을 받던 사이버펑크 2077이 2018년 E3에서 공개됐다. E3에서 공개되자 마자 사이버펑크 2077은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가 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올해는 플레이어블 데모 버전도 공개하고, 발매일도 결정했다. 또한 영화배우 키아누 리브스를 깜짝 기용하는 등 놀라운 행보를 선보이며 가히 전 세계적인 기대작이 됐다. 폴란드라는 게임 업계의 변방이지만 CDPROJECT RED는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게임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2007넌에 발매된 위쳐, 2011년의 위쳐 2, 그리고 2015년의 위쳐 3(확장팩 2개 포함) 정도만 발매한 회사지만 수준 높은 기술력을 쌓으면서 위처 3를 능가하는 볼륨의 사이버펑크 2077의 제작에 4년 정도만 소요했다. 이 게임 역시 내년 4월 발매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게임의 큰 줄기는 거의 끝나고 마무리 작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일 것으로 보인다.

 

◇ 메탈기어 솔리드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

이 2가지 게임 말고 E3에 직접 공개는 안됐지만 더욱 놀라운 게임도 있다. 바로 코지마 히데오가 개발한 데스 스트랜딩이다. 코지마 히데오는 80년대부터 개발해 온, 3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베테랑 게임 개발자다. 그리고 그는 메탈 기어 솔리드의 대성공과 함께 코나미를 대표하는, 그리고 세계적인 개발자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다. 그는 이미 80년대 후반에 발표한 스내처, 그리고 90년대에 발표한 폴리스노츠 같은 어드벤처 게임과 메탈 기어를 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세계관과 놀라운 캐릭터, 스토리를 창작해 냈다. 특히 스내처는 사이버펑크적인 암울한 세계관과 함께 놀라운 스토리와 반전으로, MSX2, PC-8801 등의 PC에서 인정을 받다가 후에 PC 엔진과 플레스테이션, 새턴으로 이식되며 대단한 평가를 받았다.

그 후 메탈 기어 솔리드가 대성공을 거두며, 열광적인 팬을 거느리게 됐고, 이후 계속해서 메탈 기어 시리즈만 개발해 왔다. 하지만 2015년 상반기, 메탈기어 솔리드 5의 발매를 앞두고 코나미와의 불화설이 나돌았고, 결국 그 해 12월에 퇴사했다. 이후 그는 코지마 프로덕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사실상 2016년부터 독립했다. 그리고 그가 제작하는 새로운 게임은 데스 스트랜딩이라는 것이 될 것이며, 언리얼 4로 개발하는 것이 유력해 보였다. 그리고 2016년의 E3에서 영화 배우 노먼 리더스가 등장하는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2016년 TGS에서는 2020년 안에 발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말을 했다. 또한 영회배우 미즈 미켈슨이 등장하는 새로운 트레일러도 공개했다.

하지만 2020년까지의 발매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새롭게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다 변했다. 새로운 개발자를 구인해야 하고, 게임 엔진도 결정해야 하며, 투자자도 끌어와야 한다. 더군다나 코지마 히데오가 제작한 게임의 특징은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세계관, 스토리, 캐릭터 등을 자신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 대체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제는 개발에만 전념하기 보다는 경영자로서의 역할도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2020년까지 발매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심지어 게임 엔진도 2016년 연말에 게릴라 소프트가 사용하던 데시마 엔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2016년까지는 게임 컨셉, 스토리 등의 작업을 하고, 2017년부터 본격적인 게임 개발에 들어간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새로운 엔진, 새로운 개발자(물론 코나미의 개발자들도 참여했을 것이다) 등 여러 악조건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2017년 E3 기간에 마크 서니 등 일부 소니 간부들이 데스 스트랜딩은 실제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으로 구현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연말에는 실제 게임을 몇 시간 동안 플레이했다며 SIE에서도 이렇게 빨리 개발되는 게임은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2018년 E3에서는 새로운 트레일러 영상과 함께 영화배우 레아 세이두와 린제이 와그너라는 2명의 여주인공을 공개하고, 연말에는 더빙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더빙에 들어간다는 것은 사실상 게임의 스토리, 이벤트 등이 모두 결정된, 후반부 작업이다. 그리고 2019년 1월, 데시마 엔진을 제공해준 게릴라 소프트를 찾아가 데스 스트랜딩을 시연한다. 그 후 E3를 앞둔 5월말, 2019년 11월 18일에 발매한다는 것을 밝혔다. 그가 코나미를 퇴사한 후 만 4년도 안된 시점에서, 게임 엔진을 결정한 이후로는 3년도 안된 시점에서 발매되는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11월 발매라면 지금은 디버깅, 밸런스 등의 작업들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정말 놀라운 속도로 완성한 것이다. 물론 이 게임의 볼륨이 얼마나 방대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어마 어마한 속도로 개발하여 목표로 삼았던 2020년보다 1년이나 먼저 발매를 확정한 것이다.

 

◇ CD PROJECT와 코지마스튜디오가 주는 교훈

이러한 해외 사례에서 국내 개발사들이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국내 게임 회사들은 현재 커다란 위기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일단 막대한 개발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가장 큰 문제다. 그 다음은 수많은 게임들의 경쟁을 뚫고 살아남아 매출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폴란드의 CD PROJECT와 코지마 스튜디오는 국내 개발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특히 아직은 신생급이라고 할 수 있는 CD PROJECT는 개발 관리를 잘 했으니 빠른 일정에 대규모 게임을 개발한 것이고, 코지마 스튜디오는 오랜 경험이 쌓인 개발자가 있는 만큼 수많은 난관을 뚫고 놀라울 정도로 빨리 게임을 완성했다. 심지어 코지마 히데오 자신의 유명세와 영화 배우들을 이용하여 마케팅까지 잘 했다고 생각된다. 현대의 게임 개발은 개발해야 할 규모가 커진 만큼 초반에 잘못 설계하면 후반부 마무리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제 국내 게임 회사들도 20여년 이상이 된 회사들이 있고, 세계적인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도 탄생했지만 대규모의 게임을 3~4년 만에 완성하는 개발 능력은 앞으로도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된다.

이준혁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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