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핀' 깃발 든 기업들, 금융 플랫폼 주도권 쟁탈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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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핀' 깃발 든 기업들, 금융 플랫폼 주도권 쟁탈전 본격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5.2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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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돌 된 카카오페이, 올해 '금융 서비스 확대' 원년 선포
日서 '라인페이'로 승부 중인 '네이버', 무럭무럭 크고 있는 '페이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카카오페이)

카카오, 네이버, NHN 등 '테크핀'의 깃발을 든 IT 기업들이 금융 플랫폼 주도권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금융 플랫폼 기업들은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익숙함과 편리함으로 2030 세대뿐만 아니라 이제는 4050 세대까지 아우르며 온·오프라인 간편결제를 기본으로 송금, 자산관리, 보험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도입해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두 돌 된 카카오페이, 올해 '금융 서비스 확대' 원년 선포

카카오페이(대표 류영준)는 출범 2주년을 맞아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데이 2019’ 간담회에서 '마음 놓고 금융하다'라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과 함께 별도의 금융 플랫폼 앱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

이르면 이달 중에 기존 카카오톡 내 서비스보다 더 사용자 친화적인 UX가 적용된 카카오페이 모바일 앱이 출시될 예정이다. 사용자들은 카카오페이 앱과 카카오톡 내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류영준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카카오페이가 일으킨 금융 생활의 변화와 함께 올해 주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결제, 송금, 청구서, 투자 등 기존 서비스에 간편 배송, 영수증, 보험, 신용카드, 외화결제 등 신규 서비스를 추가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용자들이 마음 놓고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카카오페이는 선물, 중고 거래, 쇼핑몰 반품 등 일상에서 이뤄지는 개인간 물품 거래에 자사 결제, 송금 서비스의 장점을 접목해 간편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기존 청구서 서비스에는 ‘영수증’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더해 결제, 영수증, 이용대금명세서까지 모두 모바일로 별도 인증 절차 없이 카카오페이 안에서 여러 카드사의 결제 영수증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서비스들은 모두 상반기 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투자 서비스와 같이 여러 제휴사의 상품을 카카오페이 플랫폼에서 쉽게 비교·선택할 수 있는 비대면 보험 판매 서비스도 손해 보험 상품 위주로 출시할 계획이다. 사용자가 각 보험사를 찾아 상품을 비교해야 했던 불편함을 개선하고, 상품 설계 수수료를 절감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꼭 필요한 보장만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QR코드·바코드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에 신용카드 연결이 가능해져 연계 계좌에 잔액이 없어도 결제 가능하며, 해외에서 환전 없이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외화결제 서비스도 도입한다.

또 기존 P2P 위주 상품에서 태양광PF, 국내외 주식·채권·펀드 등으로 투자 상품 다각화에 주력하고, ICT 규제 샌드박스 기반으로 모바일 전자고지 확산에 나선다. 금융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조회 서비스도 이달 말 출시 예정이다.

류영준 대표는 “서비스의 체계적인 확장과 유기적인 연결로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의 입지를 강화함과 동시에, 새로 출시하는 앱을 통해 어려운 금융을 편안한 일상으로 만들어주는 카카오페이만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라인 페이 캠페인 광고

▲日서 '라인페이'로 승부 중인 네이버, 무럭무럭 크고 있는 페이코

네이버페이는 커머스 사업인 네이버쇼핑과의 시너지를 통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보면 네이버페이로 인한 결제 수수료 수입보다는 커머스 기반의 수익 구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즉, 아직까지 네이버페이의 온·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는 커머스 강화를 위한 부수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한편, 네이버의 라인은 일본 시장에서 '페이'발(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간편결제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와 라쿠텐페이, 그리고 라인페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특히, 라인페이는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300억 엔 규모의 라인 페이 포인트를 지급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라인페이 이용자가 캠페인 기간 동안 친구에게 1인당 1,000엔에 해당하는 라인페이 포인트를 보낼 수 있다.

이번 캠페인에서 총 3,000만 명의 라인 이용자들이 내달 30일까지 본인 인증을 하고 1,000엔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라인 입장에서는 이번 캠페인으로 최대 300억 엔의 마케팅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민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내 라인 모바일 메신저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약 8,000만 명이라는 점과 메신저의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하면 캠페인의 흥행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라인이 이처럼 '페이'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율과 현금 선호 성향으로 현금결제 비율이 무려 80%에 달하는 일본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그만큼 향후 간편결제가 대중화된다면 기회가 크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라인의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들과 송금 서비스가 만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NHN의 금융 플랫폼 '페이코'는 올해 1분기 결제액이 1조 3천억 원에 달해 지난해 4분기보다 10% 늘었고,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페이코만 떼어놓고 보면, 매출액이 약 1,300억 원, 영업손실은 약 30억 원으로 추정되며,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고객 타겟팅이 정교해지면서 마케팅비도 전년 동기 대비 20억 원 정도 감소했다.

페이코는 바코드나 NFC(근거리무선통신), QR결제 방식을 모두 제공하며 오프라인 가맹점 확대에 주력해 왔다. 지난 2월에는 삼성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삼성페이 가맹점 거래액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광고 상품인 맞춤쿠폰도 월 매출이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어 수익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3일 페이코가 금융위에 제출한 '중금리 맞춤 대출 간단비교 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적용을 받게 됐다. 페이코는 중금리 대출 비교서비스에 CPM 방식의 수익 모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은 이용자 확보 위한 '금융 플랫폼' 싸움

이들 IT 기업들은 결국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보맵 등 핀테크 업체들과 금융 플랫폼 주도권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플랫폼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들이 모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더 많은 사용자(User)를 자사 플랫폼에 끌어 모아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하는 전략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 전쟁이 과열될수록 마케팅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어 이익을 내기가 어렵다.

실제로 '페이'사(社)들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아직 돈이 안 된다. 카카오페이 1분기 결제액이 1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은 이로 인해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페이는 커머스의 수익 기반에 의존도가 높아 아직도 손익분기점 달성이 단기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출시 44개월 만에 누적 결제 금액 40조 원, 가입자수 1400만 명을 돌파한 삼성페이도 수익은커녕 오히려 손실이 나는 사업이지만 디바이스 판매 확대를 위한 일종의 마케팅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든 금융 플랫폼 기업들에게는 규모와 속도가 관건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 3법이 풀리고 금융규제 샌드박스 적용이 활발해지면 IT 기반 금융 플랫폼 산업의 성장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기존 금융권 역시 어느 금융 플랫폼 사업자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뀔 정도로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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