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저장장치 ESS 화재 원인 발표 미룬 정부 '무책임'에 비판 봇물 '업계 고사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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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풍력 저장장치 ESS 화재 원인 발표 미룬 정부 '무책임'에 비판 봇물 '업계 고사 직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5.0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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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 사고 조사 발표, 잇단 연기…1분기 신규 ESS 설치 '제로', 정부가 산업 망쳐

정부가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원인 발표를 6월로 또다시 미뤘다.

정부 스스로 ESS에 대한 불신을 키워 차세대 성장동력인 배터리(2차전지)산업의 목줄을 죄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세종청사에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원회에는 "당초 3월 말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화재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한 달 후인 6월 초에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업계는 정부의 늑장대응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망라한 업계는 ESS 사업은 고사 직전이다.

정부가 ESS 화재 원인을 늦추면서 ESS 출고 건수는 ‘0’을 이어가고 있다. 신규 발주 자체가 안되기 때문.

ESS 센터 모습

올해 1분기 신규 ESS설치는 0건이다. 전국 ESS의 35%가 가동이 중단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ESS 화재 원인 조사가 지연되면서 중소기업은 도산 직전"이라면서 "정부가 늑장대응하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산 ESS 안전 문제로 수주를 꺼리면서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방출하는 설비다. 

즉,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배터리처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ESS인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ESS 보급을 확대해 왔다.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시킨 것. 

하지만 2017년 8월 전북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서 처음으로 ESS 화재가 보고된 후 현재까지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1300개 ESS 사업장 전체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을 시작했지만 이후에도 화재는 계속됐다. 특히 안전진단을 통과한 ESS 시설에서도 불이 나면서 우려가 커졌다. 

ESS 화재 현장

정부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 초 다중이용시설과 별도 건물에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공장용 ESS에 대해 가동중단을 요청했다.

현재 총 1490개 ESS 사업장 중 35%인 522개가 가동 중단 상태다. 나머지 사업장은 제조사별로 안전강화조치를 취한 뒤 가동 중이다. 

정부는 이날 가동중지 권고를 받아들인 ESS 사업장에 보상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동을 중단한 기간 만큼 전기요금 특례제도를 이월하거나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를 추가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LG화학·삼성SDI 등 산업, ESS 관련 사업 손실 급증...중소기업 고사 상태

ESS의 핵심 설비는 배터리다. LG화학과 삼성SDI 등이 ESS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모두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출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가운데 실적을 받쳐줘야 할 ESS용 배터리 출하가 끊긴 것. 

LG화학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75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7.7% 줄었다. ESS 화재로 ESS 가동이 중단되면서 관련 손실만 1200억원을 기록했다. 가동 손실 보상과 관련된 충당금 800억원, ESS 출하를 못해 발생한 판매손실 400억원을 일회성 비용으로 처리했다. 

삼성SDI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52.2%가 줄었다. 삼성SDI는 "선제적으로 ESS의 안전성을 높이는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60여 차례나 관련 회의를 하고도 아직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며 조사 결과 일정을 늦추고 있어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무능 무책임으로 관련 업계가 고사 상태에 빠진 것. 

만약 배터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한국산 배터리가 수출되는 모든 지역의 ESS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고,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서도 발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그런 사례는 접수된 적이 없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배터리 업체들의 문제인 것 처럼 몰아갔다"며 "정부의 미숙한 대처로 해외 수출도 끊기고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화재 원인을 입증해놓고도 발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며 "현 정부가 집중 육성해 온 신재생에너지 설비 업체들의 구조적 결함이 알려지면 에너지정책 전반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관련 모습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1490개 ESS 중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용 ESS 비율은 52%인 777개에 달한다. ESS 시장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시장과 동반 성장하는 관계다. 

한편, 정부는 이날 "우리나라 ESS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핵심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 및 보급 활성화 지원 방안을 마련해 사고 원인조사 결과와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말로만 지원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없다"며 "미국 등에서는 ESS 보조금을 비롯 활성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ESS보조금 기한이 대부분 내년이면 끝난다"고 전했다. 

결국 정부가 대책없이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원전 산업이 고사 상태이고 ESS 산업 마저 위기에 처한 셈이다. 정부의 무능 무책임이 키운 에너지 정책의 현주소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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