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카자흐스탄, 문 대통령에게 "화력 대신 원전 건설" 입장 선회...외국이 인정한 산업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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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카자흐스탄, 문 대통령에게 "화력 대신 원전 건설" 입장 선회...외국이 인정한 산업 붕괴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4.2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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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도 한국 원전 기술력 최고 평가...문재인 정부의 성급한 탈원전으로 '국가와 국민 손해'

자발적 핵포기 '사실상 탈원전' 국가인 카자흐스탄이 기존 화력 발전소 건설을 포기하고 '한국산 원자력 발전소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원전 구매 의사를 먼저 밝힌 쪽은 카자흐스탄의 실질적 실력자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22일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의 공식 정상회담 일정을 마친 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별도로 면담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임기를 1년여 남기고 돌연 대통령직에서 사임했지만 여전한 실권자다.

토카예프 현 대통령은 그의 사임으로 임시로 임명됐지만,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장녀가 6월에 치러질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경제와 관련해 현직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보다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했으면 한다”며 “우리는 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했는데 환경적 관점에서 달려져 그 자리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이 원전을 짓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자흐스탄 권력 실세의 돌발 제안에 문 대통령은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해오면서 높은 실력과 안정성을 보여줬다”며 “UAE 원전 1호기를 사막 지대에서도 공사기간 내에 완료했고, UAE는 한국의 원전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카자흐스탄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 한국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 원전 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오히려 카자흐스탄, UAE 등 해외 국가에서 원전의 안전성과 기술력을 인정해주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아랍에미리트) 왕세제와의 정상회담에서 “원전 사업은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고 같이 가자”고 제안하고 “원전은 구상부터 설계, 건설, 운영, 정비에 이르는 전주기적인 협력이 필요한 사업이다. 원전 기술 이전부터 제3국으로 공동진출에 이르기까지 같이 협력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알 나하얀 왕세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UAE 왕세제는 지난해 3월에는 한국 기업이 수출한 UAE 바라카 원전 준공식에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60년에 걸친 탈원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산업은 붕괴 상황이다. 더욱이 수출마저 막히면서 최악의 상황에서 오히려 외국에서 우리나라 원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문제점이 지적된다. 

에너지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원전을 축소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너무 성급하게 탈원전을 진행하면서 기존 원전산업도 붕괴되고 말았다"며 "또 신재생 에너지도 준비도 안된 것은 물론 효율성도 검증되지 않아 국민만 손해를 입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1991년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남기고 간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을 물려받으면서 세계 4대 핵무기 보유국이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당시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미국 등의 대규모 경제 지원을 받아 카자흐스탄을 중앙아시아 경제 1위 국가로 도약시켰다.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은 GDP(국내총생산)가 중앙아시아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며 중앙아시아의 번영을 이끌고 있다”며 “높은 경제성장의 배경은 자발적으로 핵 보유국 지위를 포기하고 경제성장을 선택한 초대 대통령의 결단력”이라고 말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비핵화가) 단순하지만 고귀하고 좋은 것이다. 우리는 핵을 포기하면서 신뢰를 얻었다. 지금 지연하게 되면 더 힘들어진다”며 “우리는 모든 국제무대에서 (한국과) 같이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원전 외에도 문 대통령이 밝힌 남북에 이은 대륙으로의 철도 연결 구상에 대해 “우리는 중국으로도 카스피해쪽으로도 철도가 개설돼있어 우리를 통하면 유럽으로 갈 수 있다”며 “이 분야에서도 큰 협정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카자흐스탄을 전 분야 산업의 기지로 활용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의 면담과 친교만찬을 끝으로 7박8일간의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순방 일정을 마치고 23일 오후 귀국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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