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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여의도 주민들의 분노 "박원순 시장의 재개발 공언 후 말바꾸기, 피해자 속출" 현장 가보니

기사승인 2019.04.20  17: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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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시장, 작년 7월 "여의도 재개발로 맨해튼처럼 만들겠다" 이후 7주 만에 번복
"최종결정자가 부동산 '거품' 만들어" "박 시장 또 말 바꿀 것" "여의도 슬럼화할 것" 지적도

원래 박원순 시장은 취재 계획에 없었다. 서울상가와 공작상가가 요즘 어떤지 직접 보고 싶을 뿐이었다.    

"최근 평일 저녁에 공작상가를 갔는데 사람들이 없더라고요. 예전엔 그래도 직장인들이 바글바글했는데"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

하지만 '불(火)금' 오후 5시경에 찾은 서울상가와 공작상가는 적지 않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약간의 당황스러움이 일어, 서울상가 지하 식당서 명함을 돌리며 발품 팔다 공인중개사 A씨를 만났다. 

그는 자리를 옮기자 그러더니 기자에게 다채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이번 현장 취재의 출발지는 여의도 서울상가와 공작상가였다. 최근 서울상가와 공작상가를 찾는 직장인 수가 급감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서울상가와 공작상가를 비롯한 여의도 전역에선 박원순 시장이 작년에 보여준 '우유부단함'의 여파가 '현재 진행형'이었다.

여의도 토박이인 A씨는 "서울상가와 공작상가가 죽은 건 MBC가 이전하면서예요. 상가 손님의 8할이 MBC 직원이었으니까. 물론, 요즘엔 '쬐금' 나아졌어요.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금요일과 주말에 몰리면서죠"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기자가 여의나루역에서 서울상가로 향했을 때 전동휠을 탄 영업맨들이 "텐트 보셨나요, 예약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땐 '뭐지?'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중개사 A씨는 "텐트 대여업이 많이 늘었어요. 기존 권리금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들어오려는 사람들도 있고. 일하는 사람들도 한 둘이 아닌데, 장사가 그만큼 잘 된다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 정책 최종결정자가 만든 '부동산 거품'...여의도를 롤러코스터에 태웠던 박원순 시장

'예상과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그가 화제를 바꿨다. 

"그런 문제보다, 작년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를 맨해튼으로 만들겠다고 했잖아요? 그러고 나서 한 달 만에 바꿨고. 그 사이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아요. 그때 집을 산 사람들, 집을 중개해준 사람들 모두 피해를 봤죠."

앞에 놓인 커피로 목을 축인 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때 호가가 전반적으로 1~2억원 가량 뛰었어요. 박 시장이 '거품'을 제대로 만든 거죠. 그리고 박 시장이 만든 이 거품에 당한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지금 박 시장을 어떻게 보겠어요?" 

박원순 서울시장. 박 시장은 작년 7월10일 싱가포르서 "여의도를 재개발해 맨해튼처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적 등이 잇따르자 8월26일에 "재개발 보류"로 말을 뒤집었다.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장관의 어리숙함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출처=서울시 홈페이지>

작년 박원순 시장은 여의도를 롤로코스터에 태웠다. 

박 시장은 7월10일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기 위해 방문한 싱가포르서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해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7월 셋째주 여의도 아파트값은 서울시 평균 2배인 0.23%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대규모 개발 계획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중앙정부와 논의해야 한다는 것. 

박 시장의 입장은 어땠을까? 

"도시 계획 수립권은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갖고 있다"며 당당한 자세를 보이던 박 시장은 8월26일 결국 "여의도(용산 포함)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시장의 번복으로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피해자들이 잇따랐다.

중개사 A씨는 "박 시장이 피해 본 게 있나요? 피해봤다면 정부 정책에 맞춰 집 소개해줬다 뭇매 맞은 중개사들이나, 40년 넘은 아파트를 피붙여 샀다가 피해본 사람들이죠. 다른 부동산에 가서도 한 번 여쭤보세요. 그럼 더 정확하실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여의도 지도를 건네며 자리를 떴다. 

중개사 A씨가 건넨 여의도 지도. 여의도 토박이인 그는 여의도 지리를 꿰고 있었고, 그만큼 박원순 시장의 발언 이후 여의도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 "박원순 시장이 그러는 이유요? 표 때문이죠. 무슨 이유 있겠어요?"

A씨의 말대로 인근에 있는 다른 부동산을 찾았다. 

그곳서 만난 중개사 B씨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늘 '막차 타는 사람들'이 있어요. 안타깝지만 그분들의 피해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A씨의 말을 전하며 박원순 시장과 정부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낯빛을 바꾸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원순 시장이나 정부나, '표' 때문이죠.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그저 50%만 얻으면 된다는 거 아니에요. 나머지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분들에게 부동산으로 돈 버는 사람들은 '적폐세력'이나 마찬가지죠. 잘못된 돈을 만지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선 집 팔려는 사람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왜일까?

"작년 정부가 실시한 양도세 중과를 생각해보세요. 그건 집을 팔지 말라는 뜻이거든요. 근데 집을 사야 하는 사람들은 늘 있어요. 기자님 같이 젊은 사람들도 결혼하면 집이 필요하잖아요. 근데 시장에 나오는 집이 없으니 어떻게 하겠어요? 매도도 없고, 매수도 없는 거죠."

현재 여의도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한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올 1월부터 4월까지 여의도 거래량은 5, 6 ,13, 4이다. 작년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재개발 발언이 있던 7월부터 10월까지 거래량이 36, 42, 44, 33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영등포구 전체로 보면 더 뚜렷해진다. 영등포구는 여의도 재개발 소식과 함께 들썩였는데, 올 1월부터 4월까지 영등포구 거래량은 58, 48, 75, 54. 작년 7월부터 10월까지 거래량은 242, 308, 417, 288이다.

영등포구 아파트 실거래량. <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 "대선에 나갈지 모르지만, 여기 주민들은 박원순 시장이 또 말을 바꿀 거라고 봐요"

두 번째 방문한 부동산을 나와 대교, 시범, 한양, 삼익 아파트단지가 모여 있는 여의도 동쪽으로 향했다. 

여의도 아파트들은 소위 말하는 복도식 아파트다. 

과거엔 어땠을지 모르지만, 요즘엔 "전단지 붙이기 좋다" "앞뒤 문 열어놓으면 통풍이 기가 막히죠. 그거 외엔 다 단점" "오래되고 싸다" "영화 촬영 장소로 쓰인다" 등의 자조 섞인 반응이 대부분일 만큼 변화(재개발)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재개발 얘기는 쏙 들어간 상태. 

오래된 아파트 특유의 문제들을 해결키 위해 입주민들은 인테리어 공사를 방편으로 삼았다. 앞서 만난 중개사 A씨와 B씨도 "재개발이 막히니 인테리어 업자들만 돈 번다"고 입을 모았다. 

시범아파트 인근 부동산서 만난 중개사 C씨는 "박원순 시장이 말을 번복한 것에 대해 주민들 반응이 좋을 리 없죠. 그런데 여기 주민들은 박 시장이 또 말을 바꿀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그래서 좀 더 기다리겠다는 분들도 많고요"라고 말했다.

금요일 저녁 여의도 부동산 중개사업소의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다. 매주 일요일 및 첫째주, 셋째주 토요일이 공식 휴뮤인데도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그래도 집을 팔겠다는 분들이나, 집을 사겠다는 분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편이에요"라고 덧붙였다.

시범아파트엔 부동산들이 몰려 있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불을 끄고 문을 걸어잠근 부동산들이 더러 있었다. "여의도 모든 중개업소는 매주 일요일 및 첫째주, 셋째주 토요일은 휴무입니다"라는 공지문이 스티커로 붙어 있을 뿐. 

반면, 대교아파트 인근 부동산들은 불은 켜 있었다. 하지만 모두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고, 안에 사람은 없었다. 

여의도에 있는 아파트들은 지어진 지 평균 40년이 넘는다. 가장 먼저 지어진 시범아파트(1971년 준공)는 곧 50년이 돼 간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재개발 얘기를 작년에 번복한 뒤 꺼내지 않고 있다. 위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달린 여의도 아파트에 달린 평들. 그런데 이 댓글들은 현재가 아닌 2007년에 달린 것들이다. 12년이 흐른 지금, 설령 인테리어 공사가 잘 이뤄졌다 하더라도 얼마나 낙후했을지 알 수 있는 대목. 한 중개사는 "정부와 시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 혀를 찼다.

◆ 가장 먼저 지어진 아파트는 곧 50년돼... "여의도도 슬럼화될 수 있어요."

여의도 사정에 대해 좀 더 듣고 싶어 KBS 별관 쪽으로 향했다. 그곳서 밖에서 담배를 태우던 중개사 D씨를 만날 수 있었다.

상가와 아파트를 거래하는 부동산서 근무하는 D씨는, 기자가 서울상가와 공작상가부터 돌아봤다고 말하자 "그곳은 용산처럼 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용산의 한강로 주변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은 현재 슬럼화가 심각하다. 작년엔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도 있었다. 해당 건물은 52년된 노후 건물로, 용산 재개발 5구역에 속해 있었다. 

용산 재개발 5구역은 12년 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면서 슬럼화가 진행된 곳이다. 이 5구역뿐만 아니라 몇년 전 세입자들과 경찰·용역 간의 충돌로 우리 사회를 비탄에 잠기게 한 4구역 또한 수풀이 우거졌을 정도로 슬럼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중개사 D씨는 "엄살이 아니에요. 보세요. 시범아파트는 1971년에 지어졌어요. 곧 50년이 된다고요. 다른 곳도 40년을 넘어가요. 집이 낡으니 실소유주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전·월세로 돌려놨어요. 그런데 세입자들이 아무리 여의도라지만, 이 낡은 아파트에 들어오고 싶겠냐고요"라고 말했다. 

여의도 63빌딩. 이번 취재에서 기자를 놀라게 한 것 중 하나는 "여의도가 용산처럼 슬럼화할 수 있다"는 중개사들의 전망이었다. 실제로 용산은 정부와 서울시, 건설사,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면서 재개발이 무산됐다. 곳곳엔 수풀이 우거지고 해가 지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탈바꿈한다. 작년엔 노후건물이 무너지는 사고도 있었다. 63빌딩, IFC 등에 가려져서 그렇지 여의도의 재개발 문제는 심각하다. 

또한, 그는 연신 서울시와 정부가 현실을 모른다며 혀를 찼다. 특히 박원순 시장이 말을 번복한 것에 대해선 험한 말을 입에 담기도 했다.

"싱가포르에서 재개발을 하겠다고 공언해놓고 얼마 못가 말을 바꿨죠. 그게 말이 되나요, 시장이? 시장의 발언 하나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바뀌지는지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죠."

말을 마치고 나서 그는 기자에게 "녹음한 거 아니죠?"라고 물었다. 기자가 "기억하는 중"이라고 말하자 마음을 놓는 눈치였다. 

이날 여의도 취재 전 점심 때 기자가 만난 정부 부처의 한 정책보좌관은 "정치는 '인위적인 자원 분배'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서비스라는 말은 '인위적인 자원 분배에서 후순위로 밀린 사람은 손해(소외감)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충분한 대화와 설득, 먼 미래의 약속 등이 필요하다'는 뜻일 게다. 

그럼 박원순 시장의 서비스(정치)는 어떨까? 그렇게 '현장'을 중요시 한다는 박 시장이 여의도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을 만났다는 소식은 어디서도 들은 바 없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저작권자 © 녹색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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