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의무판매제 논쟁] 국내 시장, 중국의 2.1% 규모 '한계'..."수출 확대 정책이 합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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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의무판매제 논쟁] 국내 시장, 중국의 2.1% 규모 '한계'..."수출 확대 정책이 합리적"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4.0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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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확대는 생존의 문제"로 제기된 전기차 의무판매제
전기차-배터리·자동차 업계 반응 모두 뜨뜻미지근, 이유는?

"전기차 확대는 생존의 문제. 전기차 의무판매제 도입으로 국내 시장 확대하고 대외 리스크 줄여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 경쟁력 키워야."

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경유차 축소와 친환경차 확대 방안' 토론회에선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9일 확인한 전기차-배터리업계와 자동차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

판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자동차업체엔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자동차업체의 반응은 예상 가능했지만, 배터리업계의 반응은 꽤 의외였다.

◆ 국내 전기차 판매량 규모, 중국의 2.1%·유럽의 5.8%·미국의 6.5% 수준

9일 오후 녹색경제와의 통화에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원론적으론 국내 전기차 판매가 늘면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전기차 시장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도 이와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이 의무판매제 도입으로 전기차 시장을 늘리는 데 효과를 봤다"면서도 "국내 전기차 캐파(CAPA)가 워낙 작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으로 과연 시장이 커질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전기차 산업이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각국은 자국의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전기차 의무판매제'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 지원' 등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조금만 지원하는 상황이라, 빈번하게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 업계와 자동차 업계 반응은 어떨지 살펴봤다. <출처=삼성SDI 홈페이지>

2018년 세계 자동차 3대 시장인 중국에선 전기차가 107만8930대 팔렸고, 유럽(EU)에선 40만3403대, 미국에선 36만1307대가 팔렸다. 

작년 한국에선 2만3559대가 팔렸다(국내 완성차 업체 한정, 수입차 포함 2만9632대). 판매량 기준으로 한국 전기차 시장은 중국의 2.1%, 유럽의 5.8%, 미국의 6.5% 수준.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잇따라 국내 투자보다 투자 계획을 밝히는 것도 이 대문이다. 전기차 시장 크기에서 한국은 중국, 유럽, 미국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계는 자국 시장을 발판삼아 엄청난 성장을 이뤘지만, 그건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6년 싸드 배치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3년 넘게 중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상황. 최근에서야 LG화학과 삼성SDI가 겨우 중국 진출길을 연 상태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싸드 배치 같은 정치적인 이유로 우리 정부가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게 더욱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기아자동차 홈페이지>

◆ "현대·기아차도 타격 입을 것" "자동차업계, 전기차 부문서도 수출로 먹고 살아" 

한편, 자동차업계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의무판매제가 도입되면 국내 완성차 1·2위 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도 타격이 클 것"이라며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다"고 답했다.

2016년 12월 발표된 한 공공기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판매의 50%가 이뤄지는 캘리포니아 규제(전기차 의무판매율 2%)를 따를 시,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짊어질 경제적 부담은 총 3000억여원이다.

기아차의 2018년 영업이익이 약 4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각 업체에게 돌아가는 부담은 막대하다. 

특히 쌍용자동차처럼 현재 전기차 모델을 갖고 있거나, 르노삼성자동차처럼 초소형 전기차(트위지)만 가진 업체의 경우엔 부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의무판매제가 도입되면 쌍용차나 르노삼성차는 나동그라진다"는 말이 자동차업계서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 부문에서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로 먹고 산다(특히 현대기아차). 따라서 배터리업계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국내 시장을 키우기보다는 해외 수출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또 다른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의무판매제 도입으로 자동차업계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봤냐"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들이 전기차 부문에서도 수출로 먹고 산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 전기차는 국내서 2만3559대 팔렸고, 수출로는 3만8523대가 팔렸다. 국내서 전기차 1대가 팔릴 때, 수출로 1.3대가 팔린 셈이다(내수:수출=1:1.3).

하지만 이 비율은 올해 1~2월 전기차 판매를 보면 눈에 띄게 커진다. 올 1~2월 전기차는 국내서 1239대가 팔렸고, 수출로는 1만1020대가 팔렸다. 국내서 전기차 1대가 팔릴 때, 수출로 9대가 팔린 셈으로 작년 수준을 크게 웃돈다(내수:수출=1:8.9).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부문에서도 수출로 더 큰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결과다. 또, 배터리업계 관계자의 지적처럼, 자동차업계에도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는 정부 정책이 더욱 더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8일 토론회에서 제기된 것처럼 "전기차 확대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와 배터리가 경쟁력을 유지할(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계속 논의해야 하는 건 마땅하다. 

오히려 국내 업체들의 내수 시장은 글로벌 시장이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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